▲MB 사무실 없다?정봉주 전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대통령 사무실이 입주한 한 빌딩앞에서 '대선 전 2012년 9월 2일 100분간 '단 두분'께서 무슨 말을 나누셨나요?"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빌딩 안내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이 입주한 12층만 아무런 표시가 없이 비어 있다.
권우성
스마트폰 날씨 어플리케이션은 '현재 기온은 영하8도'라고 했다. 단 몇 분만 밖에 서 있어도 추위 탓에 손발 끝이 욱신거리는 날씨였다. 이토록 추운데도 정봉주 전 국회의원은 20일 오전 8시 15분부터 1시간 가까이 서울시 강남구 삼성역 4번 출구 근처 슈페리어타워 앞을 떠나지 않았다. '만민공동회'와 '속 터지는 시민들'을 대표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가카는 안녕하십니까?"라고 묻기 위해서였다.
질문은 하나 더 있었다.
"대선 전 2012년 9월 2일 100분간 '단 두 분'께서 무슨 말을 나누셨나요?"이날(2012년 9월 2일)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대 여당 대선후보로 만난 날이다.
정봉주, 2012년 9월 2일을 끄집어내다
▲ 정봉주 전 의원 MB사무실 앞 시위 "가카는 안녕하십니까?" 정봉주 전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역 4번 출구의 슈페리어타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촬영 - 박소희 기자) ⓒ 오마이TV
정 전 의원은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트위터 글 수천만 건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당시 실질적인 몸통은 이명박 전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 등이 독자적으로 한 행동일 수 없는데 국회도 검찰도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하거나 청문회를 하는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두고 한국 사회가 1년 넘게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몸통(이명박 전 대통령)은 행복하다"며 "(이 전 대통령에게 진실을) 물어봐야겠다"고 덧붙였다.
많은 시민들은 정 전 의원의 1인 시위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2012년 9월 2일'은 무슨 날인지 잘 모르는 모습이었다. 정 전 의원에게 말을 걸어온 회사원 최용화(41·서울시 강남구)씨는 "일단 저 날짜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기자의 설명을 들은 뒤, 그는 "정말 답답하다, 그날 무슨 이야기가 없었겠냐"고 되물었다. 최씨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 사실로 드러났는데, 대통령으로 당선됐으면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갔어도 정치적으로 정리해야하지 않냐"고 했다.
맞은 편 인도에서 정 전 의원을 지켜보던 전권식(68·서울시 용산구·자영업)씨 역시 "밝힐 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 서로 다 국정원 때문에 말들이 많은데, 정확히 해야 국민들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째 국정원 사건으로 사회 갈등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원인은 "자신이 불리하면 말을 안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던 최용화씨와 달리 전씨는 여야 모두의 책임을 따졌다. 전씨는 "누가 대통령이 됐든 간에 이런 과정은 똑같다"며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면 되는데, 양쪽 모두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도 "10년 전에 물었다면 대답을 어떻게 했겠냐"며 "국민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조선미(34·인천시·회사원)은 "대자보를 보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다들 힘들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대자보로) 표현되니까 '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싶어서"였다.
조씨는 정부와 여당의 '종북몰이'에도 일침을 놨다. "우습다"는 말로 입을 뗀 그는 "의견이 다르면 무조건 종북이라고 하고, 그 다음날이면 검찰조사에 들어간다, 공식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여기에 국정원 사건과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부족 등이 맞물려 대통령 스스로 '퇴진, 대선 불복' 이야기가 나오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따뜻한 커피를 선물하는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