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배우고 싶어요"어느날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안양여고 학생들을 바꿨다. 안양대학교 수화 대회 찬조 공연.
예손
예손의 노력은 계속 됐다. "수화를 배우고 싶다"는 여고생들의 한 마디에 학교를 벗어났다. 안양여고 특별활동 시간을 활용해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여고생들과의 수업은 어땠냐?"는 질문에 예손 리더 홍유리씨(23)는 한숨부터 쉬었다.
"아... 정말 힘들어요."하지만 이내 목소리가 바뀌었다.
"다른 건 몰라도 배우려는 의지 하나는 정말 대단해요. 유튜브 영상보고 미리 연습하고 익히고... 수업 때 경험하지 못한 걸 배우니 다들 즐거워 해요. 특히 지난달 수화 발표대회에선 굉장한 모습도 보여줬어요."그의 말처럼, 지난 11월 28일 진행된 안양대학교 수화대회 영상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장면이 이어졌다. 절도 있는 군무로 수화 공연을 하는 20여 명의 여고생들 있었다. 절로 '와!'라는 감탄이 나왔다.
물론 멤버들이 공통으로 꼽은 최고의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안양대학교 채플 강의. 이 시간이면 '예손' 멤버들의 긴장은 극에 달한다. 무대 공포증 때문이다. 멤버들이 매주 한 명씩 돌아가며 연사 옆에 서서 수화 통역을 진행하고 있다. 수백의 눈이 동시에 지켜보는 것이다.
"너무 너무 긴장되지만 수화가 언어로 인식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수화가 하나의 언어로 당연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한 과정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재밌는 사실은 예손 새내기 중 다수가 채플 시간 수화 통역을 보고, 동아리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목표요? 수화가 언어로 자리매김하는 거죠"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청각장애인 수는 35만 명이다. 하지만 전문 수화통역사는 835명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420명 당 1명 꼴로 수화 통역사가 있는 셈이다. 의료, 법률 등 전문영역을 비롯해 일상에서 통역사가 턱없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때문일까. 전공과는 별개로 예손의 멤버 중에도 인생의 진로를 바꾼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예손 1기 멤버 모상근 목사는 전문 수화 통역사로 활동하며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멤버 중엔 4학년 고성미(24)씨가 전문 수화통역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제가 공대거든요. 그냥 관심이 있어서 출발했는데. 해보니까 사회를 바꾸는 일이더라고요. 보람찹니다."그랬다. 예손의 활동은 한 마디로 '소소하게 세상을 바꿔가는 과정'이었다. 이들이 꿈꾸는 건, 수화가 언어로써 대중에게 더 넓게 퍼지는 그날이다. 멤버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꾸밈없고 진솔한 이유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