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당시 와이즈넛 정치인신뢰지수 대 오마이뉴스-리서치뷰 여론조사 비교
고정미
하지만 당시 SNS 여론 조작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던 전문가들조차 최근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 여론 조작 개입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 했다.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뿐 아니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여론 조작 행위가 이뤄졌고,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2600여 계정을 이용해 퍼뜨린 트위터 글만 2200만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트위터, 블로그, 카페 게시글, 언론 보도 등을 분석해 '후보 호감도'를 발표했던 A사 임원은 지난 9일 "내용 분석까지 해보진 않았지만, 특정 트윗이 계속 RT(리트윗)되면 힘을 받기 때문에 2000만 건이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의미있는 숫자"라면서 "이벤트성으로 한번 뿌리고 말았다면 휘발성으로 사라지겠지만 지속적으로 특정 후보에 우호적이거나 반대 후보를 비판했다면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자체 여론뿐 아니라 포털이나 언론 보도를 통한 SNS 여론 확산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임원은 "대선 SNS 분석에는 양적 내용도 반영되고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 평가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트위터 글 자체는 팔로잉하는 사람만 볼 수 있어 자체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유권자들이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소셜분석 결과를 민심으로 받아들인다면 의도한 결과가 팽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 대선 여론 분석 진행했던 B사 전직 임원 역시 지난 11일 전화통화에서 "많은 사람을 동원하고 SNS 생태계에 대해 잘 아는 쪽에서 여론 조작을 했다면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면서 "당시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 소셜에서 많이 거론되는 인물이나 기사를 서비스했는데 그걸 노렸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임원은 "한 사람이 1시간 동안 트윗 글을 몇 백 개씩 올린다든지, '로봇'을 활용해 글을 퍼 나르는 비정상적인 계정은 따로 관리하고 분석 과정에서 걸렀다"면서 "대선 국면에서 그런 계정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결국 양적인 영향력은 그만큼 제한적이었다는 얘기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위원 역시 지난 1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2200만 건'이란 양보다 '의제 설정'이라는 질적인 면에 더 주목했다. 물론 양이 많을수록 2단계, 3단계 거치며 메시지가 증폭할 수 있지만, 오히려 후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특정 사회 이슈에 대한 '프레임(세상을 보는 틀)' 자체를 바꿔 부동층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부동층 겨냥한 'SNS 조작'... 박빙 선거에 영향" )
실제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서 보수단체 보도자료 작성과 배포에 깊숙이 관여하고 보수 인터넷 매체를 통해 기사를 주문생산한 뒤 포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확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국정원, 보수단체 보도자료 작성 배포에도 깊이 관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