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로도로 위로 차들이 질주한다. 저 차들을 개발하고 만든 이는 과학자요, 기술자다. 그러나 저 차들이 저 도로 위를 질주할 수 있도록 한 이들은 이 나라의 정치가나 행정관료들이다. 만일 그들이 자동차의 유용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면 저 길이 만들어졌을까?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진 안 했는가. 만일 자동차 회사가 차를 팔기 위해 저 도로까지 만들어야 했다면 저 차들의 가격이 얼마나 되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지금보다 10배는 더 비싸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비싼 차라면 자동차는 팔리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의 자동차 문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창재
"공대생들은 자신들이 배우는 과학기술을 나 같은 일반인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공학도의 언어가 아닌 일반언어로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학기술이 인류사회에 왜 필요한지, 그것이 인류사회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는 과학기술자들이 개발했지만, 그것을 길 위에서 달릴 수 있게 한 것은 그들이 아니다. 과학기술 전문가가 아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런 이해를 위해서 과학기술자에게 필요한 것이 인문교양이다. 인문교양이 없는 과학기술자가 현대의 복잡다기한 과학기술을 일반인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로마문명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역사라는 인문적 지식이 그저 옛날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지혜를 주는 보고임을 우리 모두가 깨닫기를 바란다.
로마문명은 이태리인만의, 아니 서구인만의 역사가 아니다.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2000년 전 로마인들이 바로 우리 곁으로 다가 와 이야기를 거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인류의 문제이다. 그만큼 로마인의 역사는 인류가 경험한 보편역사의 한 부분이다.
로마문명은 2000년 전 로마인들이 만든 수많은 유적을 통해 아직도 우리의 눈 앞에 생생하게 나타난다. 역시 철학은 희랍인에게, 건축은 로마인에게 배우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우리가 로마인에게서 무엇인가 배우기를 원한다면 로마인 스스로 직접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말한 그것만큼 직접적인 것이 없다. 그들이 말한 것이 남아 있다. 글의 형태로 말이다. 2000년의 시간을 극복하고 로마인의 말은 글에서 글로 이어져 왔다.
로마인들의 글은 2000년의 역사를 담은 건축의 금자탑 콜로세움이나 판테온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감동이다. 그것은 이제 라틴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지식인들에게 다가간다. 로마인들이 전하는, 비록 2000년 전의 이야기지만, 역시 사람의 경험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고전이다. 고전은 아무리 시간이 지난들 그것에 의해 마모되지 않는다. 언제나 우리의 삶을 자극하면서 지혜를 준다. 그 옛날 공자의 말씀이 논어로 기록되어 2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자극한 것처럼 로마인들의 이야기도 비슷한 기간 동안 비슷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자극했다.
그리스 데모스테네스와 라틴문학의 왕자 키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