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진실과 거짓의 정말 거대한 싸움이 지난 1년간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진실은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 같아서 언제든지 삐죽삐죽 자꾸 튀어나오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유성호
"국정원 대선 개입 특검 문제, 순서가 꼬였다" -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국회에 국정원 개혁특위가 가동 중인데 어떻게 보나. "우리 사회가 관권선거는 극복한 줄 알았는데 온라인상에서 광범위한 여론조작이 행해졌다. 국정원이 2200만 개의 트윗이나 리트윗 활동을 했고, 군 사이버사령부는 2300만 개 이상의 사이버활동을 했다고 밝혀졌다. 여기에는 온라인커뮤니티와 포털에서의 활동은 포함된 게 아니다. 그러니 훨씬 더 광범위한 여론조작을 위한 활동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거 아닌가.
이렇게 명백한 걸 갖고 개인적 일탈이라는 억지와 거짓이 통할 수 있나 싶다. 정말 거대한 싸움이 1년 동안 진행되고 있다. 거짓과 진실의 싸움. 진실은 주머니 속의 송곳 같아서 언젠가는 삐죽삐죽 자꾸 튀어나오게 돼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윤석열 여주지청장, 그리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등이 모두 비슷하다. 이 진실의 행진이 멈추지 않아서 그나마 우리가 진실에 가 닿을 수 있는 것 같다."
- 법학자의 시선으로 볼 때 국정원 대선개입의혹사건의 진실규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사건의 진실이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쪽은 언제다 과반수다.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과반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도 과반이 넘는다. 이게 시민의 뜻 아닌가 싶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도 이렇게 말해야 옳다. 지금의 국정원이 과거의 중앙정보부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정치개입 할 줄 몰랐다. 우리 아버지도 30~40년 뒤까지 중정의 후신이 정치개입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우리 아버지 때 시작했던 잘못된 유산, 확실히 바로잡겠다. 이렇게 적극적인 수사와 엄벌 의지를 밝히고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처음에 그랬다면 별 문제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긴 거다. 수사방해 행위가 이어지면서 도대체 진짜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이렇게 가고 있는 셈이다."
- 국정원 개혁특위가 가동되고 있는데 특검은 어떻게 될 걸로 보나."특검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국정원 개혁은 지난 대선개입의혹사건의 진상규명이 돼야 그것에 기초해 분명하게 진행되는 건대 국정원법 개혁이 예산안과 연계되면서 더 이상 특검에 대해 말하기도 곤란해진 상황이 된 것 같다. 제대로 된 개혁입법을 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사실상 특검을 포기한 거라면 개혁입법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 대략 난감한 상황이다."
- 특검으로 진실규명을 하고 규명된 진실을 기반으로 개혁법안이 나와야 하는데 그 순서가 좀 꼬였다고 보나."특검이 워낙 쟁점이 되고 쉽게 타결되지 않으니까 결국 특검은 계속협의사항으로 놔두고 특위만 받는 형식을 택했던 것 같다. 특위 활동기한은 내년 2월말로 돼 있으나 연말에 1차 입법을 하겠다는 건대, 이미 연말 예산처리 일정이 다 잡혔다. 그러니 남은 기간 국정원법개정안을 뚝딱 통과시켜야 한다. 보통 헌법을 경성이라고 한다. 고치기 매우 어려운 법안이다. 그런 경성법안 중 하나가 국정원법이다.
엄청난 계기가 주어지기 전에는 좀체 바꾸기 어렵다. 경성 법률일수록 입법과정이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이미 통과시킬 내용도 10여 개 항으로 합의를 봤다. 다만, 구체안에서는 다 쟁점화 되고 있다. 그대로 입법이 돼도 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년간 온 나라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뒤흔들리고 있는데 여전히 정치권은 밀당(밀고 당기기)하며 속수무책이다. 이걸 내년까지 계속 끌고 갈 수만은 없다. 시민들도 지루하다. 또 다른 차원의 정치불신을 낳고 있다."
- 특검은 된다고 보나."특검의 목표는 진실을 총체적으로 규명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그 진실에 맞는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사법처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기초해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거고 그것이 입법 활동이다. 그런데 지금 진실규명이 된 뒤에 해야 할 후속조치를 먼저 하는 꼴이 됐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국정원 개혁입법까지 된 마당에 무슨 특검이냐 할 것이다. 사실상 특검의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특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직도 삐죽삐죽 나올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설이 진실로 밝혀지거나 MB가 구속될 만한 사실관계가 드러난다면 거기서 나아가 전-현 정권이 유착하고 소통한 증거가 나온다면 특검은 살아 있는 카드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기 전에는 여야타협으로 특검 도입은 물 건너갔다고 본다.
무엇보다 진실규명이 된 뒤에 제도개혁이 뒤따르는 것인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진실규명이 명확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혁입법부터 서두르는 모양새가 됐다. 이렇게 가면 국정원 개혁입법 다 된 뒤에 특검합시다,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