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으로 낸 층계로만 사랑채를 오를 수 있는데, 계자난간의 동,서 두 군데를 뚫어 출입을 하게 한 점도 이채롭다.
김종길
대종택다운 권위가 있는 사랑채의 중후함고택 마당에서는 외부의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빈 공간인 넓은 마당의 끝으로 북쪽은 사랑채가, 사랑마당과 경계를 짓고 있는 서쪽은 안채의 동쪽 벽면이, 건물이 없는 동쪽은 낮은 담장이, 남쪽은 대문채가 마당을 가운데로 빙 둘러싸고 있다. 사방이 닫혀 있음에도 그 너머로 푸른 하늘이 넘나들고 있어 답답하기보다는 외려 시원스러운 눈 맛이다. 마당 한편의 작은 화단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공간에 쉼표를 준다.
'입암고택'이라고 적힌 사랑채는 높은 기단 위에 자리하고 있다. 우람한 집의 자태만큼이나 현판의 글씨 또한 힘이 있다. 굵직한 기둥에다 4분합 여닫이문을 둔 앞면 4칸, 옆면 2칸의 사랑채는 쪽마루를 두르고 계자난간을 내어 위엄을 갖추고 권위를 드러냈다. 서쪽 2칸은 온돌로 방을 두었고 나머지 6칸은 대종택답게 너른 대청을 두었다.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중후한 기운이 느껴진다.
앞쪽의 문과 마루와 방 사이의 장지문을 들어 올리면 사랑채는 공간이 넓게 트여 한 공간이 된다. 예전 문중이 모여 대소사를 의논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양쪽으로 낸 층계로만 사랑채를 오를 수 있는데, 계자난간의 동·서 두 군데를 뚫어 출입을 하게 한 점도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