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에게 필요했던 건 '방치요법'이었는데

[서평] 곤도 마코토의 <암 치료가 당신을 죽인다>

등록 2013.12.17 10:56수정 2013.12.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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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암 치료가 당신을 죽인다〉
책겉그림〈암 치료가 당신을 죽인다〉 한문화
"'진짜 암'의 경우에는 전이가 있고, 전립선암은 뼈로 전이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골반이나 척추로의 전이가 많고 요통이나 등통을 계기로 발견된다. 골전이가 있어도 무기력, 피로 등의 전신 증상은 초진 시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52쪽)

곤도 마코토의 <암 치료가 당신을 죽인다>에 나온 내용이다. '암 방치요법'의 권위자답게 그는 '진짜 암'과 '가짜 암'이 있다고 한다. '가짜 암'은 섣불리 치료하지 말고 내버려 두는 게 낫고, '진짜 암'은 적절한 치료법과 함께 노화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통념은 사실 다르지 않던가? 암은 내버려두면 모두가 전이된다고 말이다. 그것 때문에 무서워하고 두려워서 수술하고 치료하려 하지 않는가? 물론 수술 후에 야위고 늙어 보이는 이들이 너무 많아 안타깝긴 하다.

그가 말하는 '진짜 암'과 '가짜 암'의 차이는 뭘까? '전립선암'의 경우 PSA(prostate specific antigen) 수치가 낮으면 99.9퍼센트가 '가짜 암'이라고 한다. 물론 조직의 일부를 채취하고 병리조직학적으로 검사하는 '생검'도 있긴 하지만, 생검으로 전립선암을 진단받은 경우에도 PSA가 기준치 이하로 돌아온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 경우는 모두 '가짜 암'이라는 뜻이다.

더 놀라운 게 있다. 남자들은 대부분 전립선과 관련하여 '잠재암'과 '잠복암'을 보유하며 산다는 게 그것이다.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더 많다고 한다. 그만큼 '잠재암'이나 '잠복암'은 가만히 내버려둬도 제 숙주를 죽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전립선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일본에서 1퍼센트 밖에 안된다고 하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고민하는 '자궁경부암'은 어떨까? 돈도 선생은 '자궁경부암'도 진짜와 가짜가 있다고 한다. '상피내암'이 가짜에 해당하는 것이고, '침윤암'은 진짜라고 한다. 이른바 경부의 점막이 편평하다면 상피내암이 있어도 '가짜 암'에 속하고, 점막이 다소 솟아올랐다면 '침윤암'으로 보면 된다고 한다.

물론 '상피내암'은 너무나도 흔한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30대에도 생길 수 있고, 성적 활동이 왕성한 40대와 50대에도 많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상피내암'은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발생하거나 남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그것들도 모두 '방치요법'이나 간단한 처방전으로 낫는다고 한다.


물론 자궁경부에 진짜로 '침윤'이나 '전이'가 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경우에는 광범위 자궁 절제술보다는 방사선 치료가 훨씬 낫다고 한다. 물론 그때에도 출혈이나 신부전 때문에 죽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니, 무턱대고 치료요법을 쓰는 것도 실은 고려할 부분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가장 무서운 게 췌장암이라고 하지 않던가? 세계적인 천재인 스티븐 잡스도 실은 그 때문에 죽었으니 말이다. 그는 2003년 췌장암이 발견된 후 수술을 거부한 채 대체요법을 사용했다. 그 뒤 2008년에는 간전이가 나타났고, 급기야 2011년 사망했다. 그러니 그가 후회했다는 '방치'가 이해가 될법도 하다.


하지만 곤도 선생은 천재인 그가 간과한 게 하나 있다고 한다. 이른바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게 훨씬 그 이전이었다는 것 말이다.

"암의 직경 배증시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췌장암 중에서도 성장 속도가 늦은 특수 유형이었으므로 배증시간이 최소한 1년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의 간전이는 발견한 시점으로부터 10년 전이자 췌장암이 발견되기 5년 전인 1998년에 일어났다는 결론이 나온다. 스티브잡스가 암을 방치했다고 후회할 필요는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108쪽)

그만큼 스티브 잡스의 경우는 '진짜 암'이었고, 그것은 그 어떤 치료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그가 섣불리 수술하고 방사선이나 약물요법을 택했다면 더 큰 고통 속에서 더 이른 생명 단축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가 행한 '방치요법'은 도리어 노화현상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지혜로운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이제 정리해 보자. 급성백혈병이나 임파선암과 같은 혈액암은 항암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종양을 만드는 '고형암'에는 진짜와 가짜가 있다는 걸 염두에 두자. 그러니 '진짜 암'과 '가짜 암'을 구별하는 게 무척이나 중요할 것 같다.

만약 '진짜 암'일라면 각 부위에 맞게 적절한 치료법을 써야 하겠지만, 그것이 전이되었다면 완전치유책보다는 노화처럼 담담히 받아들이도록 하자. 그것이 '가짜 암'이라면 괜히 들쑤시고 벌려서 고통을 가중시킬 게 아니라 그냥 '방치요법'으로 내 버려두자. 그것이 상책일 테니 말이다.

암 치료가 당신을 죽인다

곤도 마코토 지음, 이서연 옮김,
한문화, 2013


#곤도 마코토 # 〈암 치료가 당신을 죽인다〉 #PSA #췌장암 #'진짜 암' '가짜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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