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진 지휘자.
이혁제
그리고 이들의 공연은 평소 행사장에 오면 인사말이나 하고 자리를 뜨는 것이 보통인 지자체장 조차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말았다. 다른 일정이 있어 행사 중간에 자리를 떠야 될 것 같다고 미리 언질을 주었던 신안군수는 이들의 공연이 시작되자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곡이 끝날 때 마다 "잘한다, 잘한다"를 연신 내뱉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소감을 발표하면서 목이매인 듯 학부모들에게 "이것은 기적이다"라고 오케스트라 관계자들에게 감사해했다.
사실 신안군의 재정자립도를 가지고는 대형 오케스트라를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는 농어촌희망재단, 신안교육지원청의 경제적 지원과 목포지역 봉사단체인 (사)미래를 여는 문화회 청년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지난 3년 간 운영되고 있었다.
또한 고무적인 것은 이 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소식을 접한 지역 일간지인 <광주타임즈>의 적극적인 후원도 큰 몫을 하였다. 이 날 행사장을 직접 찾아온 김명삼 대표 및 기자단은 이 번 공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케이크 100여 개 및 격려금을 전달하며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격려해 주었다.
인천이 고향이면서 저 멀리 외딴 신안 섬 아이들을 위해 재능을 기부해 오고 있는 홍명진 지휘자의 공연을 마친 소회는 관객들을 또 한 번 감동시켰다.
"섬 아이들로 구성 된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자는 단장님의 말씀에 동의하여 아이들을 모으긴 했지만 악기 한 번 구경 못한 아이들을 데리고 합주 지휘를 한 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1년 동안 한 일은 승합차에 애들을 데리고 선착장에 왔다 갔다 하는 것 뿐 이었습니다. 그땐 얘들이 저를 보고 아저씨라고 불렀고 제가 지휘자라고 하자 지휘자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곤 하였습니다. 그랬던 얘들이 1년이 지나자 저를 선생님이라고 불러 주더군요. 저는 그것만이라도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처럼 멋진 공연을 해 주다니 정말 아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오늘처럼 시간에 쫓겨서 연주를 한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얘들이 배를 타고 다시 섬으로 들어가야 되기 때문이죠."이번 공연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약속하였다. 세속적으로 보면 이 번 공연을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가 앞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는 홍명진 지휘자와 강사들의 열정이 식지 않는 것이다. 여건상 충분한 경제적 지원이 힘들어 이들의 재능 기부가 없다면 오케스트라는 해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돈 문제는 일시적으로 풀 순 있지만 영원히 풀 수는 없다. 그래서 농담 삼아 아인슈타인도 못 푸는 문제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번 공연을 통해 섬 아이들은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는 미래를 여는 문화회 청년들에게 무한한 책임감과 열정을 심어주었다. 단순한 돈으로 책임 질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가슴속 깊이 심어 준 것이다.
미래를 여는 문화회 청년들은 자은도 학부모 10명이 수고한 강사님들 저녁회식에 써 달라고 손수 만든 듯 보이는 봉투에 넣어 준 거금을 가지고 오랜만에 2차까지 달렸다. 그리고 오늘 누구보다도 감동한 것은 우리들 자신이라며 스스로를 치켜세우며 우쭐해 했다. 나는 홍명진 지휘자에게 공연이 끝났으니 다들 허탈해 할 것이라며 다음 주에는 쉬라고 말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단장님 그냥 다음 주에도 계속 연습하렵니다. 한 주 쉬면 또 쉬고 싶어집니다"였다.
나는 이런 천사들이 있는 한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는 영원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아인슈타인도 못 푸는 문제를 신안 섬 천사들이 풀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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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민, 군수 등 모두를 울려버린 감동의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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