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
오마이북
<새로운 100년>은 통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쉽게 읽힌다. 법륜스님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대담 형식으로 엮은 이 책은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흥미롭다.
또한 이 책은 기존과는 다른 문법으로 쓰였다. 보통 '통일은 응당 해야 하는 것'이란 당위성, 즉 과거청산적 입장에 중심을 두기 마련이다. 통일 이야기가 식상하고 피로감마저 주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법륜스님은 당위성보다는 비전에 무게를 둔다. 통일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부채가 아니라 투자라고.
저는 통일이야말로 우리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비전이라고 봅니다. 미국이 서부개척을 통해 한 번 더 업그레이드 되었잖아요. 그것처럼 남북통일과 북한 건설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겁니다. 지금 취직 공부하고 있는 남한의 청년들에게도 더 많고 더 좋은 일자리를 보장해줄 거라고 봅니다. 더불어 법륜스님은 어쩌다 통일이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는지 각 세대의 시대정신을 꿰뚫어 설명한다. 전후 세대에게 중요했던 가치는 '경제발전', 그 직후 세대에게는 '민주화'였다. 그리고 지금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행복'이다. 젊은이들이 통일을 반대하거나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통일 너머에 불행이 숨어있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법륜스님은 미래지향적 통일 가치를 공유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1세대 통일론은 분단이 됐으니 일단 분단을 청산하자는 거죠. 비용이 들고 손해를 보더라도 과거를 청산하자는 겁니다. 반면 미래 비전적 통일론은 우리가 앞으로 잘살려면 통일을 해야 하고, 통일을 해야만 희망이 생긴다는 거죠...(중략)...과거 청산적 통일이 늙은 부모를 어떻게 모시느냐의 문제라면, 미래 비전적 통일은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는 문제라고 보면 됩니다. 21세기 들어 중국의 국력이 크게 부상하며 동아시아 힘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법륜스님은 여러모로 이때가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적기라고 말한다. 중국이 날이 다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의중을 살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중국의 입김이 더 커져 동아시아의 패권국이 되기 전에 남과 북이 자주적인 통일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 법륜스님의 의견이다. 기회는 쉽게 오지도 자주 오지도 않는다고 덧붙이는 스님의 주장은 설득력 있게 읽힌다. 더불어 스님은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예로 들며 우리가 견지해야 할 태도를 설명한다.
남한이 북한을 위부터 아래까지 포용해야 합니다. 아래의 민심을 잡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해야겠죠. 중간층을 잡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상층부를 잡기 위해서는 체제 보장과 신분 보장이 필요합니다. 대만이 왜 독립하겠다고 하다가 요즘 조용할까요?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이익을 엄청나게 거두도록 해주니까 지금 독립하는 것보다 적당히 가는 게 낫다는 여론이 돈다는 거예요. 그런 정책은 우리가 배워야겠죠. <새로운 100년>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현 세대에게 관성적 구호 너머의 통일을 직시하게 해준다. 통일을 이룩했을 때 펼쳐질 무한한 시너지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을 뛰게 한다.
국민 개개인이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다면 통일은 더 빨리, 그리고 더 나은 모습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100년>은 지금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에게 통일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좋은 교재임에 틀림없다.
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개정증보판
법륜.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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