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 보트. 초겨울 장성호의 적막을 가르고 있다.
이돈삼
허칠복의 쓰린 가슴을 떠올리기에 맞춤이다. 허칠복의 흔적이 남아있을 율행마을, 임실마을, 용암마을, 도곡마을, 장평마을을 그려본다. 지금은 물속에 잠긴 옛 장성군 북상면의 마을들이다.
도시를 떠돌다가 돌아와 물속에 잠긴 고향을 보면서 옛 친구들을 찾는 그이를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정신이 온전할 수 없었음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초겨울의 경물이 고향 잃은 수몰민의 슬픔을 대변하는 것 같다.
수성마을을 지나자 길은 아스팔트 도로의 인도를 따라 간다. 햇볕 짱짱한 날이라면 걷기 부담스럽겠다. 걷는 길도 밋밋하다. 그러나 장성댐의 수려한 풍광이 발걸음을 위무해 준다. 저만치 보이는 내장산국립공원의 남창계곡과 입암산성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