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광고공모전 요강. '수상작품 및 응모작품의 저작권은 회사에 귀속된다'는 말이 유의사항에 적혀있다.
인터넷 갈무리
저작권법 제10조 2항에는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자동적으로 발생하며, 원칙적으로 창작한 자에게 주어진다'라는 문구가 있다. 즉, 창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이용하고 변형할 수 있는 일체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모전에서는 창작자의 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기업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지난 11월 열린 한 기업의 디자인 공모전 요강에는 '응모 및 당선 작품의 판권·사용권·저작권·지적재산권 등 모든 권리는 귀사에 귀속됩니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실제로 11월 11일부터 17일까지 일 주일간 공모전 누리집 '스펙업'에 올라온 모집요강 게시글 34건 중 23건에 저작권 귀속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많은 공모전들이 창작자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수상자뿐 아니라 응모자의 저작권까지 모두 귀속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기업이 수상작이 아닌 작품의 아이디어 등을 사용하더라도 창작자는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때문에 인터넷 상에는 공모전에 참여했다가 저작권이 귀속돼 다른 공모전에 출품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변형하거나 개인적인 사용을 하지 못한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S기업의 광고 공모전에 참여했던 허진우(26)씨는 "내가 제출한 작품이 당선되지 않았는데 유사하게 변형돼 TV광고에 등장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어떻게든 보상받고 싶었지만 이미 저작권이 기업 측으로 넘어간 상태라 불가능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응모와 동시에 저작권을 포기하게 돼 향후 창작자의 작품에 대한 사용 수익 등의 보상은 어렵다. 특히 문학작품이나 디자인, 아이디어 공모전의 경우 작품의 변형을 통한 활용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저작권이 귀속되면 다시 사용하거나 변형할 수 없어 2차적 생산이 불가능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창작물 변형 등을 통해 사용의 수익이 발생할 경우여도 창작자는 이익을 보지 못한다. 대기업 광고의 경우 한 번의 노출로 발생하는 수익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이는 창작자의 큰 손실로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공모전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대학생 김광석(24)씨는 "스펙을 쌓으려면 공모전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출품조차 못한다"며 "공모전에서 기업과 대학생 사이에 '갑을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기업 측 "공모전은 강요 아닌 선택"... 법적으로는 문제 없어하지만 기업의 입장은 달랐다. A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공모전은 강요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라며 대학생들의 자율적인 참여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는 스펙이 되고, 기업에게는 좋은 소스가 될 수 있다"며 "서로가 윈윈 관계"라고 설명했다.
현업에 종사하다보면 생각이 고착화 되는 경우가 많아 대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다. 이 담당자는 "대학생 공모전을 개최하면 값싸게 아이디어들을 모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