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잘쓰려고 하지 마라> 표지
생각의길
책 <잘 쓰려고 하지 마라>는 퓰리처상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문학상 수상 작가 20인으로부터 듣는 '글쓰기'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책입니다. 여느 글쓰기 책과 달리 이럴 때는 이렇게 쓰고 저럴 때는 저렇게 쓰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스무 명의 '독보적인' 글쟁이들이 자신들이 어떻게 글 쓰는 삶을 꾸려가는지를 간단하게 소개할 뿐입니다.
어찌 보면 그 모두가 너무나도 평범하고 당연한 내용들입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사지가 마비된다'고 말하는, 2011년 퓰리처상 픽션 부문 수상자인 제니퍼 이건. '내 안에 이야기 씨앗들이 종양처럼 자라나고 있어서, 언제가 되었든 그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야만' 한다고 여기는 칠레국립문학상 수상자 이사벨 아옌데의 사례는 이야기와 글, 글쓰기에 미친 작가들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스스로 무언가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는 우리도 그런 모습을 갖지 않을는지요.
그런데 그들과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를까요. 퓰리처니 국립문학상이니 하는 휘황한 상들을 수상하는 그들과 달리 왜 우리는 곧잘 글쓰기에 미치면서도 곧장 글쓰기를 저주하는 모순에 빠질 때가 많을까요.
몇몇 작가의 조언을 들려 드립니다. 제니퍼 이건은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항상 잘 쓰기만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말합니다. 많은 작가가, 그리고 글쓰기 교사들이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함량 미달의 글을 쓰는 것에 실망하지 말란 말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건 역시 나쁜 글을 일종의 기본기 다지기, 잘 쓰기 위한 준비운동으로 여기라고 조언합니다.
국제범죄소설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데이비드 발다치는 '독자들을 위한 글을 써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말합니다. '독자' 대신에 '시장' '돈' 등을 집어넣어도 될 듯합니다. 발다치는 '내가 가장 잘 아는 독자는 나 자신'이라고 말합니다. 스스로를 위한 글을 쓰라고 주문하는 말입니다. 내셔널매거진상 수상자인 세바스찬 융가도 똑같이 말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일단 쓰라'고 일갈하는 북브라더스 다이아몬드상 수상자 새러 그루언과 글을 잘 쓰는 데는 어떤 비결이나 지름길도 없으니 수년간 노력하라고 잘라 말하는 다이아몬드 대거, 평생공로상 수상자 수 그래프턴의 조언은 가장 평범하지만 글쓰기의 진실에 가장 부합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알렉스상 수상자 조디 피코의 적절한 지적처럼, 글쓰기는 고된 노동입니다. 노동은 하기 싫다고 그만두는 게 아니지요. 그래서 피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쓰고 싶은 기분이 안 내킬 때도 글을 써라. 세상에 뮤즈란 없다. ··· 나쁜 원고는 언제라도 교정할 수 있지만 빈 원고지를 들고 교정할 수는 없다."(본문 263쪽)'남다른 방식'보다 중요한 '남다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