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의 마리화나 합법화를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BBC
남미 우루과이가 전 세계 최초로 마리화나(대마초) 합법화에 들어갔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1일(한국시각) 우루과이 상원은 지난 7월 하원에서 통과한 대마초 합법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6표, 반대 13표로 통과시켰으며 호세 무히카 대통령의 서명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법안은 마리화나의 생산과 관리, 판매를 모두 정부가 관리하게 되며 일반인도 당국에 등록하면 마리화나를 6그루, 45명 이하 집단은 99그루까지 재배할 수 있고 약국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다만 외국인은 제외된다.
그동안 미국 콜로라도, 워싱턴 등 일부 지역과 네덜란드가 허가받은 장소에서 일정량 이하의 마리화나를 허용했지만 국가가 직접 관장하는 마리화나 합법화는 우루과이가 처음이다.
우루과이는 남미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이혼 권리(1913년)와 여성 참정권(1927년)을 인정했으며, 게릴라 전사 출신으로 2010년부터 정권을 잡은 무히카 대통령은 동성결혼 허용, 임신중절 허용 등 급진적 개혁법안을 연거푸 통과시켰다.
국가 전매 "합법화로 밀거래 막는 것이 더 효율적"우루과이는 연간 마리화나 소비량에 22톤에 이를 정도로 최근 10년간 소비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330만 명의 우루과이 전체 인구가 연간 10회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그러나 마리화나 흡연을 허용하면서도 유통은 금지하는 정책 탓에 밀거래 시장을 장악한 범죄조직이 활개를 펴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마리화나 생산과 유통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히카 대통령은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건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하시장의 밀거래를 줄여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주장하며 법안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네덜란드에서는 마리화나를 합법화하자 다른 마약류 소비까지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을 내놓았고, <뉴욕타임스>도 최근 사설을 통해 "마리화나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 젊은 층의 음주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거들었다.
<뉴욕타임스>는 더 나아가 "술과 마리화나가 서로 대체재 관계라는 것이 입증된다면 교통안전에는 더 유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마리화나보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의료 목적으로 마리화나 사용을 허용하면서 사회적 거부감이 크게 줄어들었고, 더 이상 법적 처벌로 마리화나를 막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회의론' 퍼지면서 합법화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중남미 '마리화나 합법화' 물결... 우려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