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동원훈련 식사이 식사를 어찌 잊을까
김종훈
여기서 한 가지 묻고 싶다. 정말로 '형평성' 때문에 혹은 '예비군 부족'으로 지난 43년 동안 훈련에서 제외됐던 대학생을 포함시킨 것일까? 진짜로 대학생만 동원훈련에 포함되면 반세기 동안 이루지 못한 '국방개혁'이 시행되는 것일까?
답을 구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할 사실이 있다. 한 번이라도 동원훈련에 참여해 본 예비군이라면 안다. 훈련장에서 먹은 식사며 지급받은 물자, 2박 3일 동안 진행된 형식적인 훈련 내용 그리고 생업을 포기하고 받은 여비까지. 과연 단 한 번이라도 만족해본 적 있었던가?
지난 늦가을, 기자 역시 예비군 동원훈련에 참여했다.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장교 복무로 군생활을 오래한 탓에 예비군 3년차에 불과하다.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돈 셈이다(참고로 장교·부사관의 동원 훈련은 6년). 하지만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 눈에 띄는 놀라운 변화만 있었다.
바로 '예비군 측정식 합격제'. 예비군의 훈련태도를 바꾸겠다며 국방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계획이다. 훈련 상위 20%를 우수자로 뽑아 2시간 일찍 귀가시키는 제도다. 동원훈련장에 새로 생긴 상대평가로 보면 된다.
성과는 상당했다. 사격 시간 집중력이 높아졌고 무엇보다 훈련 자세가 달라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옆 사람보다 2시간 먼저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효력은 정확히 하루 지속됐다. 2시간의 유혹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했다. 예비군 사이에 경쟁심만 부추겼을 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동원훈련까지 경쟁에 내몰린 예비군들은 금세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부실한 밥, 부족한 물자,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사용했던 헬멧과 수통, 6·25 때 사용한 칼빈소총, 반세기 동안 반복된 군사기초훈련, 놀라울 정도로 낮게 책정된 여비까지. 국방개혁의 목소리만 높았을 뿐, 국방부의 꼼수는 여전했다.
누구를 위한 예비군 증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