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4가 지하상가 공실에 새로 입점할 청년 장인들이 점포를 열기 위해 실내를 장식하고 있다. 지난 달부터 이달까지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의 지원을 받아 수공예 분야 등의 총 14개 업체가 점포를 낸다.
장정규
종로4가 지하상가의 최대 단점은 전철역과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다. 전철역을 오가는 유동인구가 부재하다는 것인데, 상가가 지속될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여전히 서울 대표 상권이라고는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쇠퇴했다는 말을 듣는 종로다. '혼수용품 전문'을 내세워 명맥을 유지해오던 종로4가 지하상가에도 문을 닫는 점포가 하나 둘 늘어왔다.
그런데 최근 공실로 남아 있던 점포들이 새롭게 단장되고 있다. 금은방, 양복점 같은 혼수용품 전문점의 복귀는 아니다. 공예, 의류, 교구 제작, 출판 등 분야가 다양하다. 하지만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가게를 여는 사람들이 모두 청년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에 신청해 종로4가 지하상가를 '생산혁신'의 터전으로 꾸미기 위해 모였다.
본인의 기술로, 직접 손을 쓰는 친환경적 생산'생산혁신'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단어에는 현대식 생산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추구가 담겨 있다. 생산도, 소비도 거대한 익명성의 구덩이에 빠진 듯하다.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사들이고 버리고 있지만 물건들은 낯설고 행위들은 공허하다. 욕망을 자극하고 낭비를 조장하는 소비주의 문화에 일차적 책임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나가려는 청년들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종로4가 지하상가에 입점한 청년들이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도 새로운 문화다. 직접 생산에 참여하며 관계를 맺고 특별한 의미와 이야기가 담긴 물건을 소비하자는 것. 장인으로서, 또는 상인으로서 자립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화에 흥미를 느끼고 종로4가 지하상가를 찾아야만 가능하다.
일단 청년들은 낙관적이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자는 '용감한' 선택에 따르는 불안감이 없지는 않지만 내 점포를 열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종로4가라는 위치도 나쁘지 않다. 인접한 광장시장은 재활용할 수 있는 자투리 원단과 각종 소재의 원천이며 선배 장인들로부터 기술의 노하우와 참신한 발상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청년들은 오래 전부터 영혼이 깃든 물건을 만들어왔던 장인들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 제품들을 전시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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