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고를 냈다면 절대 도망가지 마세요"

'생활 속의 법' 수업, 뺑소니에 대하여...

등록 2013.12.10 17:23수정 2013.12.10 17:23
0
원고료로 응원
[사례 #] Q는 어느 여름날 밤에 국도 44호선 한계령(오색-한계리)구간을 홀로 운전하고 있었다. 소낙비가 하늘의 커다란 호수가 뒤집어진 듯 칠흑 같은 어둠속을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Q는 와이퍼 속도를 최고로 높였으나 3미터 전방의 시야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홀연 '툭'하고 차체에 둔탁한 충격이 느껴졌다.

Q는 즉각 차를 멈춰 확인해보니, 한 행인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고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즉사한 것이다. 이 사고 현장을 목격한 증인이나 CCTV 등 증거는 전혀 없다. 만일 자신이 Q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위의 내용은 경희대학교 '생활 속의 법'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던져진 사례이다. 100명의 학생들 중 90% 이상이 자수의 의사를 밝혔지만, 현실에서는 막상 그렇게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일단 운전 중에 사람을 치게 되면 머리가 하얘지고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진다. 자신이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심결에 일단 도망가고 보는 일명 '뺑소니' 범죄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자동차 운전 중 실수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사망하게 한 경우 그 처벌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미약하다.

먼저 운전 중 실수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형법 266조의 과실치상 죄를 적용받게 된다. 처벌은 징역 없이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실수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살인죄가 아닌 형법 267조의 과실치사 죄의 적용을 받게 되고, 2년 이하의 금고(징역이 수감 생활 중 노동을 제공하는 데 반해 금고는 노동을 하지 않는다.) 또는 7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운전자가 이러한 사고를 내고 도망을 간 경우 그 죗값은 크게 달라진다.

뺑소니 사망사고의 경우 최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지며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일단 운전 중에 사람을 사망하게 하면 살인자가 된다고 생각하고 큰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고작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질 뿐이다. 겨우 이만한 죗값을 면하고자 도망친다면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운이 좋아 잡히지 않는다고 해도, 평생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이제 운전 중 사고가 난 경우라면 더 이상 도망갈 필요도 이유도 없다. 떳떳하게 신고하고 죗값을 치르면 된다. 실제로 판례를 보면 고속도로에서 보행자 사망사고를 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32)에 대한 상고심(☞2000도2671)에서 대법원은 최종 무죄를 선언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보들은 우리 실생활에 크게 유용한 것으로 운전자들이 제대로 숙지한다면 한해 평균 2천 건 이상 일어나는 뺑소니 사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뺑소니 관련 교육을 철저히 하고, 뺑소니 금지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뺑소니 #자동차사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2. 2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3. 3 길거리에서 이걸 본다면, 한국도 큰일 난 겁니다
  4. 4 전장연 박경석이 '나쁜 장애인'이 돼버린 이야기
  5. 5 파도 소리 들리는 대나무숲, 걷기만 해도 "좋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