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에 둘러싸인 양승조 최고위원박근혜 대통령도 불행했던 '선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한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이 10일 소집된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소연
장하나 발언에 이어 양승조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새누리당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의원총회가 열렸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도 열렸다. 새누리당은 세 가지 항목을 특정해서 민주당에게 사과와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 오늘 중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사과와 양승조·장하나 의원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 대선 불복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 발표 ▲ 문재인 의원 입장 표명
재미있는 것은 각각 다른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요구사항이란 점이다. 결국 그들이 요구한 것은 '내게 대선불복이 아니라고 말해봐'에 다름 아니다. 장 의원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 것도 앞으로 내부단속을 잘 하겠다는 신호를 보여달라는 것이고, 이어서 민주당 이름으로 '대선불복 아니다'라고 말해주길 바라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에게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뜬금없이 문 의원에게 입장을 요구하는 게 스스로도 겸연쩍었던지 장 의원 '배후'로 문 의원을 의심한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요구에 나섰다.
이쯤되면 문재인 의원이 불쌍하다. 지난 6일부터 서점에서 판매중인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문 의원은 여러 차례 힘주어 '선거를 다시 치를 순 없다'고 대선불복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현실적으로 선거를 무효화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 사태가 올 경우 그로 인한 혼란을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도 힘듭니다"('부정 불복의 마음들을 보며' 중, 책 72쪽)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격이 시원치 않았던지 9일 오후 5시 30분, 논란의 화룡점정인 이정현 홍보수석이 브리핑석에 섰다. 이 수석은 "양 최고위원이 대통령에 대해서 암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발언까지 한 것은 언어살인과도 같다"며 "그 자체가 국기문란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 도대체 누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암살의 전철' 운운하며 위협을 했던가. '소통의 수석'이 되겠다고 다짐한 그는 도대체 왜 하지 않은 말까지 가져다가 공격을 하는 처지가 됐는가.
'아버지의 전철'→'암살의 전철'... 이 수석이 하고 싶었던 말은 이날 오후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아버지의 전철'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유감은 최소한의 상식선에서 이뤄졌다. 최 대표는 "(양 위원의 발언은) 박정희 대통령의 불행했던 과거사조차 들먹이면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저주를 퍼부었다"며 나름 거세게 비판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이 수석의 '암살의 전철'과는 차원이 다른 표현이다.
자신의 발언이 이 수석에 의해 '암살의 전철'로 각색된 것에 대해 양 위원은 성명을 통해 "어떻게 그런 끔찍한 발언을 입에 올릴 수 있는지 무섭다"며 "그런 생각은 발언 당시는 물론이고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정현 수석의 대통령 암살 가능성 발언에 대해서는 '지나치고 과한 상상력의 표현'이라며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은 발언'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양 위원은 "왜곡과 과장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왜 이렇게 격심한 반응과 왜곡을 하는지 묻고 싶다"고 되레 공을 이정현 수석에게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