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사의 권위, 교수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

[이털남 484회] 이범 교육평론가

등록 2013.12.06 12:59수정 2013.12.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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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교육평론가에겐 메가스터디 대표 강사로 연 18억을 벌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 그가 자리를 박찬 건 아무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 풍조에 대한 불만 때문. '댓글 알바'를 동원해 '학원-과목 마케팅'을 하는 풍조, 이런 풍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에 자존심이 상했던 것. 그 후 교육평론가의 길을 걸어온 그의 철칙은 '아닌 건 아니다'라고 냉철하게 말하는 것이다. 진보적 가치에 동의하면서도 진보진영이 안고 있는 문제를 족집게처럼 찍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를 방문한 이범 교육평론가는 요즘 교육계의 현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교육계가 정치권에 의해 휘둘리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해직자 9명을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노동부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대안학교는 작년 8월부터 국정원의 사찰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다. 사회를 뒤흔든 교학사 역사교과서 문제는 교육부가 나머지 교과서들에게도 수정명령을 내리면서 고교 역사교과서 전반으로 논란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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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스스로 여론 악화시킨 측면도 있어"

보수 세력이 전교조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에 대해 이 평론가는 전교조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냉혹한 평가를 날렸다. 1999년 합법화가 된 이후 전교조가 조금만 더 잘 걸어왔다면 전교조를 향한 싸늘한 시선이 덜했을 것이고, 보수세력의 정치적 공격도 무뎌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평론가는 전교조의 결정적 문제점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바로 도덕성과 교사의 전문성이다.

이 평론가는 도덕성으로 전교조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교사의 전문성 인정 운동과 같은 공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슈를 제기하면서 궁극적으로 교권의 신장을 이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깨끗한 학교만들기와 같은 도덕성 운동 그리고 신학기가 열리는 날이 돼서야 몇 학년 과목을 담당할지를 알려주는 비상식적 교육행정을 바로잡음으로써 교사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운동 등이 절실했다는 얘기다.


"물론 전교조가 참교육 슬로건을 내걸며 전국 국어교사모임, 역사교사모임 등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여기서 만든 성과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뛰어난 것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학교에서 실현되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전문가로서의 역량과 노하우를 쌓는 과정은 나름대로 잘 한 측면이 있지만, 그걸 학교현장에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문화적인 걸림돌을 돌파해야 했는데 여기선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두 가지가 공백인 상태에서, 제기되는 이슈에 반대하는 수세적인 투쟁만 했고, 그것이 전교조에 대한 국민 여론 악화를 불러온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선진국은 초중고 교사가 대학 교수와 비슷한 권위를 갖는데,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사의 권위는 그에 비해 참담한 수준"이라며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는 전교조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연결된다.


"진보진영, 스스로 냉철하게 뒤돌아 볼 필요"

일각에서는 교육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들이 미래세대의 주축이 될 아이들의 교육이 잘못되어 있다는 보수세력의 자의적 판단, 나아가 그런 아이들의 의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보수세력의 전략적 기획에 따른 결과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있다. 이 평론가도 이런 의혹에 공감한다. 교육계의 갈등 현상 뒤켠에 '기획자'가 뒤에 웅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할 만하다는 주장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평론가는 그런 '기획'이 성공할지를 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성공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범진보 진영의 성찰을 주문한다.

"범진보진영 내에서 내부적으로 정리를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이런 보수의 공격과 종북프레임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아니다. 다만 진보진영 스스로가 고민과 숙의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던 것이 후폭풍을 낳고 있는 측면이 분명 있다고 본다. 스스로 냉철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털남 #전교조 #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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