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용틀임하듯 구불구불 자라는 향나무 특유의 생김새가 무척 인상적이다 - 창덕궁 향나무
문화재청
창덕궁 향나무(천연기념물 194호)는 수령이 700여년이며, 나무의 크기는 높이가 12m, 뿌리부분의 둘레가 5.9m이고, 가지의 길이는 동서 12.2m, 남북 7.5m로 퍼져있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으로 들어가 담장을 따라 역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학자나무'라 불리는 회화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100m 정도 걷다 보면 절로 눈길을 끄는 우람한 나무 한 그루를 만날 수 있다. 무려 700살이 넘은 신령스런 분위기의 향나무다.
창덕궁은 정궁인 경복궁의 동쪽에 있다 하여 '동궐'이라고도 한다. 임진왜란 때 조선의 궁궐이 모두 불타버리자 왕실은 경복궁을 폐허로 버려두고 창덕궁만을 재건해 정궁으로 사용했다. 750살로 추정되는 이 향나무는 1824~1827년 사이 그려진 궁중 기록화인 '동궐도'에도 지주로 받친 모습이 그려져 있다. 파란만장한 조선왕조의 영욕을 500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켜본 이 생명체가 바로 천연기념물 창덕궁 향나무다.
창덕궁엔 수백 년 풍상을 이겨낸 천연기념물 회화나무, 뽕나무, 다래나무 등도 살고 있어 그 역사만큼 오랫동안 많은 노거수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왔다. 향나무는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부정을 씻어 주는 정화 기능을 가졌다고 믿어져 이렇게 궁궐을 비롯해 사찰, 사대부의 집에도 많이 심었다고 한다.
그러다 2010년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는데 태풍 '곤파스'의 피해로 인해 12m나 되던 키가 4.5m에서 부러지는 큰 손상을 입고 말았다. 큰 가지의 절반 이상이 부러진 실제 나무 모습을 보니 마치 존경받던 집안 어른 한 분이 다친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다행히 우람한 줄기나 용틀임하는 모습은 남아 있어 천연기념물로의 보존 가치는 여전하다고 한다.
잘린 부분은 종묘제례나 궁중 행사 등에서 향을 피우는 데 사용한다고. 향나무는 향을 풍기는 여러 식물 중 가장 유명하다. 나무를 태울 때 강한 향이 나는데, 그 때문에 일찍이 시신이 상할 때 생기는 냄새를 없애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다. 향나무를 태우는 향은 귀신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도 믿어져 제례에도 빠지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향기를 뿜어내는 나무의 희생이 인간사에 많은 의미를 만들어준 셈이다.
위의 선농단 향나무도 그렇고 우리나라에 사는 나이 많은 향나무들은 모두 저마다의 강렬한 개성과 인상을 가지고 있다. 창덕궁 향나무의 가지들도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무척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첫인상은 마치 나무가 용틀임을 하고 있는 듯하다. 나무 가지는 동서남북으로 1개씩 뻗어나갔는데 남쪽 가지는 잘라졌고, 북쪽 가지는 죽었으며, 동쪽 가지는 꼬불꼬불한 기형으로 자랐다.
나무 몸체에 마치 용(龍)이 하늘을 오르는 듯한 모양의 줄기가 꼬여 있는 것이 특이하다. 기나긴 세월의 풍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침 옆을 지나던 외국인이 "Oh, my God!" 감탄을 하며 다가갈 만하다. 향나무 특유의 용틀임 하듯 가지가 뒤틀린 모습하며, 우람하고 당당한 밑줄기는 그런 감탄사가 충분히 나올 만하다. 비록 세월의 무게에 겨워 무거워진 몸을 철제 지지대에 의지하고는 있지만 노거수의 위용은 여전하다.
소나무, 느티나무와 함께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나무지만 다른 나무들과 달리 향나무는 번식이 쉽지 않다고 한다. 잘 익은 씨앗을 땅에 심고 정성껏 돌봐주어도 싹은 잘 나오지 않는다. 향나무는 독특한 번식 전략을 갖고 있는데, 하늘을 나는 새를 이용해 씨앗을 퍼뜨리는 전략을 택한 것. 향나무는 새들의 눈에 잘 띄는 열매를 가지 끝에 맺어 새들을 유혹한다.
새들이 향나무 열매를 삼켜서 씨앗에 붙은 과육을 소화시키는 동안 씨앗의 껍질은 새의 소화액에 의해 서서히 부식된다. 곧이어 씨앗을 품고 땅에 떨어진 새의 배설물은 싹이 틀 때까지 적당한 온도를 제공하면서 씨앗을 보호할 뿐 아니라 일정한 양분까지 제공한다. 스스로 새로운 자리로 옮겨갈 수 없는 향나무를 대신해서 새들이 더 넓은 공간으로 씨앗을 퍼뜨려주기까지 하는 흥미로운 후계목 생산 방법이다.
ㅇ 위치 ;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에서 담장을 따라 100m 도보
ㅇ 관람문의 ; 창덕궁 안내소 (02-762-8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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