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20주년 기념호(81호) 표지. 황해문화가 인천에서 발간되고, 계간지임에도 20년 동안 발간될 수 있었던 힘은 어제던 형성과 확산에 있다.
한만송
지난 1일 발행된 이번 20주년 기념호(81호)의 타이틀은 '20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다. <황해문화>가 첫 선을 보인 1993년부터 20년 동안 이 땅에서 각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마흔여섯 사람의 이야기가 '벌거벗겨진 삶' '추방당한 사람들' '이 땅에 살기 위하여'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주제로 분류해 담았다.
해고 노동자인 방종운 전국금속노동조합 콜트악기지회장,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 탈북자 김형덕, 한인덕 월미도원주민귀향대책위원장,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 곽현숙 배다리 아벨서점 대표, 박시환 전 대법관 등이 각자의 분야에서 살아온 삶을 꼼꼼히 기록했다. 일종의 집단적 자서전인 셈이다.
특히 이번 호는 '김소연'으로 시작해서 '김소연'으로 끝난다. 둘은 동명이인이다. 앞의 김소연은 이제 스물세 살의 젊은이로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 김석진의 딸이다. 뒤의 김소연은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이다. 둘의 나이 차는 20년이다.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은 "그럴 의도로 청탁했던 것은 아니지만, '20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란 주제를 이처럼 잘 보여줄 만한 인물들도 드물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3세 김소연은 노동운동가로 살아온 아버지의 삶을 어려서부터 지켜보면서 겪었던 가족의 아픔과 어느덧 낯설어진 아버지와의 화해 등을 솔직하게 서술했다.
"아버지는 투쟁을 하고자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투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자는 구실을 찾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나 역시 살면서 겪는 어려움을 회피하려고 했던 적이 많았다, 이제는 진정을 지켜야할 가치를 잃지 않고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간절하다"고 자신을 북돋웠다
14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이틀 앞둔 1992년 3월 22일 군(軍)의 부정선거를 고발한 이지문씨는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정의를 꿈꾸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의 겪은 20년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내부고발로 삼성 특채가 무효화되고, 5년 동안 공직에도 나갈 수 없으면서 겪었던 아픔과 내부고발자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소개했다.
이씨는 "나를 되돌아보면서 남게 되는 것은 사람이지 않나 싶다. 나 역시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그렇다. 앞으로 20년, 또 20 후에는 내가 쓰는 글들에 좀 더 사람이야기를 담고 싶다"며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정의주의를 꿈꾼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끝으로 김소연 전 기륭전자분회장은 아래와 같이 서술했다.
"기륭전자 6년의 시간을 통해 아무리 힘겨워도 주체가 포기하지 않는 한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비정규직투쟁뿐 아니라, 장애인·철거민·이주노동자·성소수자·대추리·강정·밀양까지 일터와 삶터에서 생명과 평화를 기키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 투쟁하는 많은 이들과 만나고 연대하면서 투쟁 사안은 다르지만 그 원인은 모두 '돈'이라는 것. 쉼 없이 경쟁하고 착취하지 않으면 유지가 불가능한 자본주의를 넘어, '사람과 생명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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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계간지 <황해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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