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르의 아들 타령의 결정체는, 붉게 솟아있는 파테푸르 시크리의 유적지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순백색으로 빛나는 건물이다.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이 건물은 예언자 샤이크 살림 치크티의 무덤으로, 악바르가 자신에게 아들을 점지해 준 예언자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지은 곳이다.
Dustin Burnett
촘촘하게 조각된 대리석 창 중앙에 난 입구를 따라 들어갔다. 작은 방 하나 정도 되는 공간이지만, 다른 유적지의 배가 되는 많은 사람이 몰려있었다. 군중 속을 뚫고 들어가는 거라면 질색인 더스틴은 밖에 남겨두고, 홀로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어두운 무덤 속으로 들어갔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관리인이 나를 맞았다.
"실 받아요. 저기 여인들이 하는 것처럼 실을 창에 묶으면 아들을 가질 수 있어요."관리인이 울긋불긋하게 엮은 색동 실 하나를 나에게 건넸다. 어둠에 적응된 눈에 기도를 올리는 여인들의 모습이 비쳤다. 자신에게도 아들을 점지해 달라고, 자신의 운명을 닮아야 할 딸은 원하지 않는다고 기도하고 있겠지.
인도 여인들이 딸을 원치 않는 데에는 '다우리'라 불리는 신부 지참금 풍습에 큰 원인이 있다. 다우리는 한국의 혼수와 비슷한 풍습으로, 결혼할 때 신부의 가족이 신랑의 가족에게 보내는, 새로 시작하는 가정을 위한 지참금을 말한다. 다우리에 해당하는 물품은 현금을 포함한 보석, 전자기기, 가구, 침구 등으로 한국의 혼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신부 지참금에 대한 부담감이 목숨을 위협할 정도라는 거다.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지만, 인도에서는 '결혼은 생의 무덤'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다우리의 부담 때문에 목숨을 끊는 여성들이 많다. 2000년대 초반 평균 신부 지참금은10만에서 15만 루피(230만~350만 원)였다고 한다. 신랑의 직업이나 지위에 따라서는 최고 1000만 루피에 달하는 때도 있다.
한국 기준으로는 얼마 되지 않는 돈 같지만, 인도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4만 루피임을 감안하면, 딸 하나를 시집 보내고 한 가정의 경제가 무너질 수 있을 만한 금액이다. 딸 여럿을 시집보내는 금액보다 초음파검사를 통한 낙태비용(950루피, 약 2만 4000원)이 덜 부담스럽다 보니, 불법 성별검사를 통해 낙태를 하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