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댐 부근, 자전거도로 변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인어상. 1971년 시멘트로 제작했던 것을, 2013년에 들어서 청동으로 만든 동상으로 교체했다. 뒤로 하얗게 눈이 내려앉고 있는 삼악산이 보인다.
성낙선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날(27일), 마침 눈이 내린다.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이날 1mm에서 4mm 가량의 눈이 내려야 한다. 그 정도 적설량이면 사실 자전거여행을 하는 데 크게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 정도 눈이면, 내려 쌓이는 눈보다 녹아 없어지거나 바람에 쓸려 사라지는 눈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심한 날에도 자전거를 탈 때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날 한낮에 내린 눈은 폭설에 가깝다. 펑펑 쏟아진다.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눈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고 있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다. 바람은 또 왜 그토록 거칠게 휘몰아치던지, 정면으로 날아오는 눈이 마치 모래알이라도 되는 것처럼 따갑다. 몇 시간 뒤 어떻게 변할지 모를 기상청 예보를 믿고 여행을 떠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눈은 해가 가장 높이 떠 있을 시간에, 서너 시간가량 내린 것 같다. 그러고 나서는 먹구름이 걷히더니,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날이 갠다. 변화무쌍한 하늘이다. 싸락눈으로 시작한 눈은 중간에 함박눈으로 변했다. 눈은 땅바닥에 내려 쌓이기 전에 모두 녹아 없어졌다. 그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데도 눈 쌓인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게 이상하다.
머리와 옷 위로 내린 눈이 녹으면서 차갑게 몸을 적신다. 제일 먼저 손가락 끝이 얼어붙기 시작한다. 아프다. 자전거용으로 만들어진 겨울장갑을 끼고 있었는데도 별 소용이 없다. 중간에 여행을 그만둘까 고민했다. 그렇지만 고민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자전거여행을 하는데, 때맞춰 눈까지 내려주는 날이 어디 그리 흔한가? '훈장'을 하나 더 다는 셈치고 여행을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