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든 보수단체, 사제단 화형식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소속 사제들의 시국 미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전북 전주 남노송동 천주교 전주교구청 앞에서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한국자유총연맹 소속 회원들이 박창신 전주교구 신부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발언과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 미사를 규탄하며 화형식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요즘 여당과 청와대가 국민에게 "조국이 어디냐"고 묻는 게 유행이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한다면서, 그 국민이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알고 싶은가? 국민들이 어려운 살림에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서 당신들 월급을 타갈 수 있게 해 주는 곳, 그곳이 우리 조국이다.
행여나 정부 여당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조국이 의심스럽다"는 말을 한다면, 그 터무니없는 착각을 비웃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조국은 대한민국이지, 새누리당이 아니다. 설마, 우리 조국이 과거 '차떼기'의 주역에, 현재 엄청난 선거부정 혐의를 받고 있는 정당이란 말인가.
조국을 밝혔으니, 이제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보자. 여기 범죄를 고발하는 성직자가 있다. 그런데 '시끄럽다'며 입을 막는다. 그건 신부가 할 일이 아니며, 그의 본분은 조국이 잘 되길 바라며 조용히 기도할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목소리가 걸걸한 걸 보니, 의도와 배후가 의심스러워 조사를 해봐야 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여기에 '자유,' '어버이' 등이 붙은 모임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몰려와 험악한 말을 내뱉는다. 남의 나라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싸웠다는 사람들도 함께 와서 한 마디씩 보탠다. "야, 이 xx xx야," "죽이자," "입을 찢어 버리자." 그들은 불을 피워 화형식까지 벌였다.
놀라운 것은, 증오의 대상이 범죄 혐의자가 아니라 범죄를 고발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광폭한 분노로 들끓게 만들었을까? 도대체 무엇이 그 극단적 무례, 폭력, 범법행위를 합리화하는 근거가 됐을까? (살해협박과 길에서 위험한 인화물질로 불을 피우는 것은 모두 범죄행위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만큼은 그들이 지키겠다는 '자유' 속에서 살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기껏 지키겠다는 '자유'가, 칠십 평생을 민주화를 위해 살아 온 노신부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 붓고 협박하는 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사실 박창신 신부가 문제삼은 게 바로 그것이었다. 아무데나 '종북' 딱지를 붙이며 불의를 합리화하는 '증오의 정치' 말이다.
북의 지령? 국론분열? 새누리당 대표 황우여는 아예 박 신부 발언을 '북의 지령'의 연장선에서 보았다. "북한이 최근 반정부 대남투쟁 지령을 내린 후 대선불복이 활성화된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다. 황우여 대표는 북한 수뇌부의 지령을 받으며 사는 모양이다. 설마 '대남투쟁 지령'을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내릴 리는 없고, 그 은밀한 '최근' 정보를 어디서 들은 것일까?
신출귀몰한 북한이 여당 대표까지 포섭한 것일까, 아니면 누구처럼 '찌라시'에서 본 것일까? '북의 지령'을 공개적으로 확산하는 것은 이적행위가 아닌 건지 궁금하다. 이쯤되면 누가 정말 '종북'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