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신 신부에 대해 '처벌만이 능사인가'라는 데스크칼럼을 게재한 <조선일보> (11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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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만이 능사인가' 어느 신문의 데스크칼럼 제목이다. 처벌의 대상자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며 '연평도 발언'을 한 가톨릭 박창신 신부. 칼럼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즉 처벌하지 말자는 제목을 달았다.
제목만 보면 진보언론인 줄 알 것이나, <조선일보> 28일자 칼럼이다. 외부 기고문이라면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문구로 나중에 해명이라도 할 수 있을 테지만, 해당글은 간부급 기자가 작성하는 '데스크칼럼'이다.
이 신문은 칼럼 뿐 아니라 '사설'을 통해서도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고 있다. '조급한 검찰 수사로 박 신부에게 멍석 깔아주는 일 경계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한 것이다. 칼럼과 사설을 통해 동시에 '검찰 수사 자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인데 무엇이 <조선일보>를 다급하게 만들었나.
그러나 불과 이틀 전만 해도 '박창신 파문'을 확대재생산한 것은 이 신문이었다. 26일자 <조선일보>는 '종북구현사제단' 특집이었다. 1면뿐 아니라 칼럼, 사설, 그리고 3면 4면 두 지면에 걸쳐 '정의구현사제단파문'을 게재했다. 이에 힘입어 시민단체는 사제를 고발했고, 여당은 색칠 씌우기에 앞장 섰다. 발행부수 1등이라 자부하는 이 신문은 왜 불과 이틀 만에 논조를 드라마틱하게 바꾸고 있나.
'처벌만이 능사인가'와 '조급한 검찰 수사' 사이 '데스크칼럼'에서 <조선일보> 기자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박 신부에 대해 "사제복을 입은 혁명 전사"라고 했다. 또, "레닌이 했다는 '한 명의 신부를 포섭하는 것이 한 개 사단 병력을 늘리는 것보다 낫다'는 말까지 인용했다"고 전하며 이런 말을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동을 '경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칼럼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기자답게 '발언'만을 가지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실토하고 있다. 박창신 신부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미사 당일 발언뿐 아니라 평소 '박 신부의 언행'을 봐야 하고,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지금 검찰수사는 '쫓기듯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수사 당국의 그에 대한 처벌 시도가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당부의 말로 끝을 맺고 있다. 박 신부의 인권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