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어떻게 소통하시나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과 만나다

등록 2013.11.27 16:50수정 2013.11.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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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아파트 일층에 A4용지에 다소곳하게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거 먹은 X는 개XX"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1층 현관 앞에 누군가가 다 먹고 난 배달음식 그릇을 뚜껑을 덮지 않은 채, 먹다 남은 음식물이 다 보이는 상태로 내놓은 것이다. 오가는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소곳이도 적어놓은 XX라는 짧은 문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저렇게 음식물을 처리 하지 않고 출입이 잦은 입구에 버젓이 내어 놓은 것도, 그리고 그것을 두고 그렇게 적어 놓은 것도 모두 오가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이다. 아마도 음식 그릇을 찾으러 오기 전 외출을 해서 아예 1층 현관에 내어놓은 모양이다. 남은 음식물이 훤히 다 드러나는 것으로 보아, 어른이 한 것인지 아이들이 그런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보기에 좋지 않았지만, 그 옆에 불쾌한 글을 써 놓는 것보단, 그릇을 잘 덮어줬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과거 우리는 먼 친척보다는 이웃이 더 가깝다하여 '이웃사촌'이라 하였는데, 아파트 생활을 주로 하게 되면서 이웃과 대면할 기회가 적어졌다. 더욱이 반상회를 여는 곳도 점차 줄어들어 요즘은 반상회를 하는 곳은 시골로 여겨지고, 반상회 나오시는 분들도 연세 드신 분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대단위 아파트라면 반상회나 부녀회, 주민대표 등이 비교적 활성화되어 있어 그래도 가끔 이웃과 얼굴을 마주 대할 모임이나 행사가 있다. 하지만 소규모 아파트나 단독주택들은 어떻게 이웃과 소통을 할까 싶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 참 바쁘게들 산다. 영유아들은 보육시설에, 초중고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으로, 주부들도 가정살림과 개인적인 모임으로, 남편들은 회사와 모임으로 모두 각자의 일정에 충실하고 늦은 저녁이 되어야 가족 얼굴을 잠시 보는 정도다. 이렇게 가족도 제대로 못 보는 현실이니, 이웃과 소통하기란 쉽지 않다.

이웃을 가장 많이 접하는 곳은 사실 엘리베이터 안이다. 그래서 때로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 낯선 사람이 보이면 마음속으로 경계를 한다.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한번 말을 걸고 나면 다음에는 훨씬 쉽게 다가설 수 있기에 오늘도 엘리베이터 문을 열리면 조금은 설레고 떨린다.


그것은 나와 마주한 내 이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먼저 내가 용기를 내어 인사를 해봤다. 머쓱하기도 했지만, 이웃은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우리들 대부분은 먼저 나서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익숙치 않다. 망설여지고 부끄러울 때도 있다. 그래도 자꾸 하다보면 처음처럼 그렇게 머쓱하지는 않다. 사회가 각박해지는 것은 가정과 이웃이 점점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있다. 우리 모두 조금씩 노력하여 가정과 이웃을 먼저 살려내야겠다.
덧붙이는 글 경상일보에도 송고했습니다.
#이웃 #소통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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