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 들어서는 김석기10월 1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국토교통위 인천국제공항-한국공항공사 국감에 참석하기 위해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이희훈
그 사람 좀 이상해, 누군가의 푸념을 들으면 바로 솔깃해진다. 어떻게 이상한데?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가 궁금하고 그 이상하다는 행동을 작품에 써먹고 싶어 묻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굴었다는 행동을 찬찬히 듣다보면 뭐 그 정도야, 하며 이내 시들해진다. 요즘처럼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에 대단히 이상하기는 좀 어렵다. 더군다나 그 이상하다는 행동을 활자화된 소설 속 인물의 것으로 치면 별 것도 아니게 된다.
소설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각자 이상한 점을 뽐내며 등장한다. 일정부분 이상해야 재밌다. 엽기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추리소설 속 주인공도 우리는 이해하지 않나. 공감의 이해가 아닌 해석의 이해로서 말이다. 작가는 하나의 등장인물을 창조할 때 상반된 면을 몇 가지 집어넣는다. 그래야 실제 하는 사람처럼 입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람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런데 최근에 나는 아주 이상한 사람을 발견했다. 뭐가 이상한가 하면 너무 전형적인 성향이라 외려 기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면이 공존하게 마련인데 그의 족적은 기이하게 전형적이다.
기이하고 전형적인 인물, 김석기 그는 인천연수경찰서장, 대구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을 지내며 30년 동안 경찰 생활을 해왔다. 그는 2009년 1월 용산 남일당의 철거민들의 농성현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그가 총 책임자였다. 무리한 진압으로 인해 철거민 스무 명이 부상을 입었고 한 명의 경찰관과 철거민 다섯 명이 희생되었다. 겨울에는 철거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깬 무시무시한 진압이었고 그날의 참상은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사건의 총 책임자였던 그는 많은 이들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산참사를 도심테러로 규정했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불법 폭력에 맞서 법질서를 세우기 위한 일이었다. 잘못 없다." 법질서를 세우려면 무고한 사람들을 불태워도 정당하다는 건가. 더군다나 그는 최근 한국공항공사 사장 공모지원서에 당시 진압을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밝혔다. 일관된 태도인 것이다.
"저에 대한 평가 가운데는 늘 용산사고 얘기가 따라 붙습니다만 용산사고의 본질은 불법폭력시위로부터 경찰이 선량한 시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법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정당한 법집행에서 출발합니다."
그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그는 국민살인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비난의 여론이 빗발치자 서울경찰청장에서 사퇴하게 되었고 4개월 만에 한국자유총연맹의 부총재 자리에 앉는다. 이후부터 그의 눈부신 행보는 급물살을 탄다. 너무나 전형적이라 이상한 캐릭터로 형성되는 행보들. 그는 이명박 정권의 보은인사로 인해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된다. 경찰 간부 중에서는 일본통이라 소문난 그였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는 엄연히 임기가 남았음에도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국회입성을 하기 위해 8개월 만에 국내에 돌아왔다. 엄청난 비난이 쏟아져 끝내 공천을 받지 못하자 그는 경북 경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가 2012년 총선 출마를 노려 낸 책 <김석기의 길>을 보자. 2008년 촛불 시위에 대해 이런 표현이 나온다.
"이 나라를 무너뜨리려는 세력들의 선전선동으로 대한민국의 수도에서 전시 상황에 버금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한 국가의 위기 상황을 초래한 배후에는 친북 좌파 세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이나 사과를 했던 사안이었는데 그의 판단은 고질적인 이념 안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그의 자서전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만약 경찰이 청와대 진격을 막는데 소극적이었다면, 또 막을 수가 없어 포기하고 무너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중략.... 청와대 자체 경비인력으로 수만명의 노도와 같은 시위대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러면 발포를 했을까? 그것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발포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부연설명을 했지만 '시위대를 향한 발포'라는 표현 자체로
소름이 돋는다. 경찰의 진압이 실패해 시위대가 청와대로 진입하면 발포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의 자서전에는 천편일률적인 주장들이 화석처럼 굳어 있었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도 있다." "법과 질서가 바로 서야 선진한국 선진국민이 된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들 중에 박정희 대통령이 없을 수 없다. 경외의 표현이 넘쳐 흐른다. 이 정도 되자 뭔가 알 것 같은 기분이 다. 이렇게 전형적이기도 힘들지 않나. 마치 구불구불 휘어지거나 늘어져야 하는 나무들이 공장에서 나온 철근처럼 일정한 굵기의 직각으로 바짝 서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나무는 그럴 수 없다. 나무가 아니니까 그런 거다.
'국민행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