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박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박창신 신부 발언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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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거슬리는 말만 하면, 같은 행동하는 아버지와 딸KBS TV로 전국에 생방송 되는 그날 자정미사 강론에서 말문을 열었다. "… 정부와 여당에 묻겠습니다. 비상대권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 유익한 일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한테 막강한 권력이 가 있는데, 이런 법을 또 만들면 오히려 국민과의 일치를 깨고, 그렇게 되면 국가안보에 위협을 주고, 평화에 해를 줄 것입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마침 미사중계를 시청하고 있던 박 대통령은 그 충격적 발언에 버럭 화를 내고 방송국에 방송중지 명령을 내렸다. 박 대통령은 날이 밝는 대로 장관들을 소집해서 나에 대한 처리문제를 논의하려 했다는 얘기까지 내 귀에 들려 왔다. 그런데 그날 아침 165명이 사망하는 대연각호텔 화재참사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청와대에서 내 문제가 흐지부지 묻혔다. –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내가 만난 박정희 대통령' 中 (2003년 12월 7일 평화신문) 추기경 전언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을 불쾌하게 만든 김수환 추기경에게 보복하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하려 했다. 대연각 호텔 화재참사가 아니었더라면 지학순 주교 사건 이전에 김수환 추기경 사건이 발생했을 것이다. '비상대권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 옳은지'를 물었을 뿐인데 박 대통령은 추기경을 혼내려고 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금. 사제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열었다. 박창신 신부는 26분 강론 중 '연평도 포격사건' 얘기를 지나가듯 짧게 했다. 대통령, 총리, 여당대표 등 모든 권력자들이 앞다퉈 '묵과할 수 없는 일, 처벌 운운'하고 있다. 연평도는 '이명박 때 사건'이다. 지금 이 정권은 전 정권에 대한 비판을 가지고 '사상의 대반격'을 모색하는 중이다.
1년 전 대선 기간으로 돌아가 보면 지금과는 굉장히 특이한 장면과 조우하게 된다. 대선 D-6일 전인 2012년 12월 13일(목) 늦은 오후 해가 지는 한 야산을 박근혜 후보는 오르고 있었다. 그곳은 천주교의 대표적 성지인 '베론성지'. 박 후보는 '지학순 주교' 성지를 참배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박 후보 일정 브리핑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지학순 주교 묘소 앞에 선 박근혜 후보는 흰색 장갑을 끼고 헌화와 분향을 했고, 3분여간 묵념을 했다'
지 주교의 묘소는 평지에 있지 않고 눈 쌓인 언덕 위에 있었다. 박 후보는 지팡이를 짚고 200여 미터를 올라 3분간 묵념했다. 박 후보는 산에서 내려와서 "국민들에게 고마운 마음 때문에 정치를 떠나기 전 행복을 선사해드리고 싶었다"고 참배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지학순 주교 사건 때문에 창설되었다. 사제단은 유신독재를 강력히 비판한 그를 지지하면서 활동했다. 즉, 지학순 주교는 사제단의 앞단에 서서 박정희 군사독재와 대립했다. 박근혜 후보는 1년 전 힘겹게 사제단의 우두머리 묘소를 찾아가 3분 동안이나 묵념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박 대통령은 사제단을 매섭게 몰아세우며 '공안의 법정'에 가두려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오히려 박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정의구현사제단을 '종북사제단'으로 매도하는 집권세력의 수장으로서 1년 전에는 왜 그 사제단의 정신적 지주를 찾아가 헌화하고 분향하고 묵념했는가. 지금도 지학순 주교 묘소를 참배할 마음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유체이탈 화법으로 피해가지 마라.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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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보복하려던 박정희 '종북사제단'에 선전포고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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