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자 기본 업무 외에도 할 일이 많았습니다.
변창기
밤에 출근하면 인수인계하고 손님을 받습니다. 점장은 근무자가 보는 앞에 근무사항을 적어 놓고 지키라고 합니다. 손님 없을 때마다 소진된 물품을 수시로 채워 넣으라 합니다. 새벽이 되면 새로운 물품이 박스로 오면 그것을 일일이 정리해 놓아야 합니다. 새벽엔 청소와 점포정리를 해야 합니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비닐, 깡통, 플라스틱을 별도로 모아 재활용으로 버려야 합니다. 날이 새면 담배도 채워 넣어야 합니다.
점장은 실수하지 말라며 사전에 가서 배우라고 했습니다. 아침에 학교 출근해 퇴근하고 저녁 먹고 오후 7시까지 마트에 와 1시간 동안 일을 배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2일 금요일 밤 10시 출근해 다른 알바와 함께 일을 배웠습니다. 젊은 남자였는데 그는 일처리를 잘했습니다. 저는 마트 계산대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던데, 그는 전문가 수준이었습니다. 손님이 담배 이름을 아주 작게 말해서 저는 잘 알아듣지 못했을 때도 그는 손님이 원하는 담배를 꺼내줬습니다.
그는 저에게 근무방식에 대해 잘 알려 주었지만, 계산대 컴퓨터를 다루는 건 어려웠습니다. 아침이 오자 그는 퇴근 준비를 하면서 밤새 판매한 돈을 계산해 보았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1300원이 부족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인수인계할 때 돈이 부족하면 근무자가 물어야 해요. 오늘은 제가 일했으니 제가 물을게요."그날 일당은 그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저는 밤새 배우기만 했기에 한 푼도 안 준다고 했습니다. 그 마트는 혼자 일할 때만 일당을 쳐준다고 했습니다. 그는 10개월 동안 이곳에서 알바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에게 그동안 인수인계할 때 부족해서 내놓은 돈이 얼마냐고 물어보니 6만 원 정도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돈을 훔친 것도 아니고 손님이 많이 올 땐 밀려서 빨리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일하는데 왜 근무자가 돈을 물어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규정이 그런가 봅니다.
토요일 밤엔 저혼자 일했습니다. 계산대 컴퓨터를 잘못 작동 시켰는지 갑자기 작동이 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었습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엔 한 젊은 남자가 술에 취해 들어오더니 마트 안에 있는 출금기가 자신의 은행 카드를 집어 삼켰다며 항의를 했습니다. 저는 "오늘 처음 일해서 잘 몰라 그러니 죄송하지만 연락처 남겨 두고 가시면 내일 찾아 드리겠다"고 말했지만 손님은 자기를 무시한다면서 언성을 높이고 욕도 했습니다. 다른 손님이 계속 기다리는데 일을 못하게 방해해서 경찰에 신고를 해버렸습니다.
잠시 후, 경찰차가 왔습니다. 저는 순찰차를 타고온 순경에게 부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나이든 순경이 술취한 손님에게 지갑 좀 보자 했습니다. 지갑을 뒤지니 지갑 안에서 기기가 집아 삼켰다던 그 카드가 나왔습니다. 손님은 기기에 카드를 넣지도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 손님은 순경이 설득을 하자 그제야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술취한 손님을 겪고 나니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그날 저는 밤새 긴장하며 일을 했습니다. 아침에 일하러 온 분과 인수인계를 하는데 550원이 부족하다고 컴퓨터가 말하고 있었습니다. 첫날이라 봐주었지만 다음부터 계산이 틀리면 부족한 금액을 물어 넣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컴퓨터는 거짓말 안 해요. 계산하면서 손님에게 돈을 더 주었을 경우에 이렇게 마이너스 금액이 떠요. 인수인계시에 0이 나와야 해요."10시간 동안 점장이 해야 할 일을 모두 처리해 주는데 시급 4500원. 게다가 인수인계시 마이너스 금액이 뜨면 그게 얼마든 고스란히 근무자가 물어주어야 하는 마트 알바. 참 이상한 거 같습니다. 젊은 알바 노동자가 10여 개월 동안 6만 원 정도 물어 넣었다는 말을 듣고 머슴살이도 참 희한한 머슴살이가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생계비를 더 벌어야 하므로 오는 금요일, 토요일 마트로 출근을 해야 합니다. 일당으로 4만 5000원 정도 되지만 인수인계시 부족분 금액을 물어 내는 건 각오해야겠죠.
'내 주머니는 그대론데 국민소득은 사상최대?'라는 어느 언론사의 뉴스 제목이 생각납니다. 금융계 발표대로 제 소득도 제발 2400만 원 정도만 되어도 좋겠습니다. 그 정도만 되어도 야간 알바 하다가 술취한 손님의 횡포를 겪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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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이 2만4000달러라는데... 난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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