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여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김장하우스로 모인 가족들.
장선애
배추는 400포기, 전날 내려와 담근 총각김치, 파김치, 갓김치의 양도 엄청나다.
"말할 것도 없이 마늘이 일곱접, 생강 2키로 깠다니까."김장 진두지휘하랴, 삶은 돼지고기 수육 건지랴, 앉을 틈 없이 바삐 오가는 최씨는 단답형 대답을 하거나 그나마도 질문이 끝나기도 전 사라져 버린다.
덕분에 막내동생인 정수(42)씨가 대변인으로 나섰다.
"큰누님하고 저하고 스무살 터울이니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죠. 요즘엔 부모님 살아계셔도 이렇게 전부 모여 김장하는 집 별로 없는데 저희는 갈수록 더 규모가 커져요. 누님이랑 매형이 고생이시죠."
어디 김장이 배추양념속 넣는 일 뿐이랴. 이정도 규모면 열두 가지 양념 준비에 열흘 이상 작업이 전제된다. 더구나 배추, 무, 갓, 파, 마늘할 것 없이 젓갈을 제외한 모든 재료들이 직접 재배한 것이니 사실상 1년 내내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생들은 그걸 알기에 전날 새벽길을 달려와 단 이틀 만이라도 몸부쳐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