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세댐 철거현장.
심규상
"저기를 보세요, 여울이 보이나요, 55년 만에 생겨난 옛 모습입니다." 현장을 안내한 우메다씨(환경운동가)가 댐 아래쪽 구마강 한쪽을 가리켰다. 강변 백사장과 함께 은빛 여울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아라세댐(구마모토 현 야츠시로시 사카모토촌) 철거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라졌던 은어도 돌아왔다. 멸종된 줄 알았던 조개도 모습을 드러냈다. 댐 철거를 시작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지난 1954년 3월 준공 후 2010년 가동이 중단된 아라세댐(구마 하구에서 약 20km 상류 지점, 길이 207m , 높이 25m)은 55년 만인 지난해 9월 철거를 시작했다.
지난 18일 오후 구마모토현을 방문한 충남시민단체 회원 13명(단장 이상선 충남시민재단 이사장)이 아라세댐을 찾았다. 일본에서 사상 처음으로 벌이고 있는 댐 철거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겨울의 문턱에 선 구마 강바람은 까슬까슬했다. 산자락도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 아라세댐 수문아래에는 중장비 3대가 굉음을 토해내며 콘크리트 댐 기둥을 파고 있다. 수문은 활짝 열려 있다. 계획대로 8개의 문기둥 중 1개는 완전히 철거돼 있었다. 이 중 3개의 수문은 철제문마저 해체돼 훵한 모습이다. 살을 발라낸 앙상한 생선 뼈다귀 같은 모습이다.
철거댐 수문에 물길이 가로막혀 고여 있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급한 물살이 흰 속살을 품어내며 댐 기둥 사이로 빠져나갈 뿐이다. 진흙 뻘로 덮여 있던 강바닥엔 이제 굵은 자갈이 자리 잡고 있다. 안전사고에 대비해 댐 입구에 서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인부의 움직임도 한가해 보였다. 56년을 지켜온 육중한 댐은 그렇게 몸집을 줄여가고 있었다.
철거현장 찾는 일본 시민들... 현장에 '정보관' 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