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영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부장검사)은 애국주의연대 등 보수단체 보도자료의 작성 및 배포 과정에 국가정보원이 깊숙이 개입한 증거를 확보했다. 국정원의 도움을 얻어 작성된 보도자료는 민간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를 통해 유통됐다. 수사팀은 이 과정에 사용된 자금의 흐름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렇게 배포된 보도자료를 매개로 보수인터넷 매체에 기사 생산을 주문했으며, 그렇게 생산된 기사를 다시 아고라 등 포털과 오늘의 유머 등 커뮤니티, 트위터를 통해 조직적으로 확산시켰다(관련기사 :
국정원, 트위터 확산 넘어 기사까지 '주문 생산').
이는 보도자료→기사→SNS에 걸친 정보의 생산과 유통 전 과정을 국정원이 조정했다는 의미로, 작은 커뮤니티 사이트의 여론 조작에서 촉발된 국정원 사건이 트위터를 넘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 조짐이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압력에도 힘들게 트위터 121만 건까지 밀어붙였던 수사팀은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도 수사 확대를 망설이는 상태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트위터를 공소장에 올리는데도 그 난리가 났는데, 지휘부가 이것을 승인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보도자료 배포 10건에 36만 원... 검찰 "국정원 자금 사용"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애국주의연대 등 보수단체의 보도자료는 사실상 국정원이 대신 작성했다. 이렇게 작성된 보도자료를 민간 업체에서 운영하는 유료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를 통해 전국에 배포했다. 배포 비용은 10건당 36만3000원인데, 검찰은 이 자금이 국정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체는 2005년 5월 14일부터 2013년 11월 22일까지 보도자료 216건을 이 서비스를 통해 배포했다.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는 기업 및 단체가 작성한 보도자료를 언론사와 포털뉴스, 증권사 등에 일괄적으로 뿌려주는 유료 홍보 서비스다. 최근에는 포털 검색과 SNS에도 노출시킨다.
배포된 보도자료를 매개로 국정원은 평소 관리해 오던 보수 인터넷 매체를 통해 기사 및 사설 생산을 주문·청탁 했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간부의 이메일에서 '인터넷 매체 관리 대상 명단'을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대표적인 보수 인터넷 매체를 비롯해 지역신문과 보수 성향 인터넷 카페 30여 곳이 올라있다. 이메일에는 해당 매체 기자나 간부들에게 명절 때마다 선물을 보내도록 민간인 조력자에게 지시한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입맛에 맞게 주문 생산된 기사나 사설은 다시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에 의해 인터넷 공간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심리전단 2팀은 다음 아고라 등 포털 사이트에 퍼날랐고, 3팀은 오늘의 유머, 뽐뿌, 일베 등 커뮤니티를 담당했다. 가장 규모가 큰 5팀은 수백개의 직접 또는 봇(bot) 계정을 통해 동시에 수백 수천 건씩 RT했다.
수사팀은 위와 같은 흐름의 국정원 여론조작 전모를 심리전단 요원들에 대한 거주지 및 이메일 압수수색, 핸드폰 추적 등 강압수사를 통해 상당부분 파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