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이후 미국 GDP와 총 부채 변화 추이출처 : 2013 청년허브 컨퍼런스 기조연설 “저성장 시대의 해법” 중
새사연
위 그림과 같이 미국의 부채는 GDP의 성장률보다 훨씬 높으며 그 증가세 또한 가파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부채는 빚을 상환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앞서 언급했듯이 결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 이러한 소비자 부채는 결국 정부가 감당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양적 완화 등에 기대고 있다. 이는 미국에만 국한된 사례는 아니며 한국 역시 GDP 대비 부채 비율인 340%에 달한다. 이는 경제성장을 억제시킬 뿐만 아니라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한다.
마지막으로는 환경 분야다. 많은 사람들이 느꼈듯이 최근의 날씨는 정말 이상하다. 한국의 경우, 봄, 가을이 없고 여름엔 극심하게 덥고 겨울에는 강추위가 매섭다. 심지어 올해는 '마른 장마'라는 신기한 용어도 나왔다. 장마는 장마인데 비가 안 오는 장마라서 마른 장마라니. 사람들의 어휘력에 또 한 번 감탄하면서 이러다가는 '보라 없는 눈보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책임(?)은 중국의 가파른 성장이다. 중국은 매년 40억톤의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데 세계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 이는 비단 환경 파괴라는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이야기로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는 식량 문제이기도 하다. 2008년 극심한 가뭄으로 아이티의 진흙 쿠기를 먹는 사람들이 보도되었다. 식량자급률이 떨어지고 식량주권이 훼손되면 결국 가장 피해보는 것은 저소득층이다. 필리핀도 쌀 생산이 줄어서 가장 저소득층은 굶어 죽는, 음식물 쓰레기를 몇 톤씩 버리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굶어 죽는 나라도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기후변화는 비단 추상적인 가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그야말로 먹고 사는 문제인 것이다.
리처드 하인버그는 저성장 시대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첫째, GDP 중심의 경제 성장에서 벗어나고 행복지수, 교육지수 등 새로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경제학자 아마티아 센과 스티글리츠도 공유해 센-스티글리츠 지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둘째, 노동자의 기업 소유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주식회사 형태에서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회사는 파산한다. 주주들의 이윤을 먼저 챙기기에 노동자는 대부분 정리해고를 당하고 이는 내수 시장의 침체를 가져온다. 이는 다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경제는 악순환 될 것이다. 최근 세계 경제에서 보이는 양상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주가를 올리도록 계속해서 파생상품을 만들고 거품을 끼얹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중심의 기업으로 재설계해 노동 환경 및 복지 조건을 높여 제품의 질과 노동자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인구안정화와 감소에 대응해야 한다. 저출산 시대가 마치 전 지구적 재앙인양 유난떠는 한국에서 이 이야기는 다소 생소하기도 하다. 하지만 자원이 고갈되는 상황 앞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개발이 불투명하고, 과잉 생산 및 부채를 기반으로 한 과잉 소비의 시대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은 필요한 것만 생산, 소비하는 것이다. 때문에 저출산은 비단 문제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물론 앞으로 부양인구가 늘어나고 국가 재정 지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문제가 지적되긴 하지만 인구가 많아진다고 해서 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관점은 여성의 권리와도 연결되어 있다.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여 국가의 출산 정책에 수단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이 더욱 존중받을수록, 임신, 출산을 여성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인구는 자연스레 안정화될 수 있다.
넷째, 투기적 금융을 규제하고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활용, 교통 체계의 혁신(가령 자전거 이용 등), 건설에 있어 친환경 건설, 로컬 푸드 확산으로 기업형 농업을 축소시키는 것 등을 해법으로 들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재 세계 각지에서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규모가 작다고 지적햇다. 전 세계 경제와 에너지 소비는 최고점에 도달했지만 협동, 공동체, 환경, 예술은 아직 최고점 도달하지 않고 아주 오래전부터 낮은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에서 시작한 Transition Movement, Happiness Movement 등이 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위기는 일종의 기회이기 때문에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하여, 그리고 곧 바로 우리를 위해서 사회혁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시작된 청년들의 다양한 실험, 사회혁신으로 이어져야청년 세대에게 거는 기대는 미래지향적인 관점과 더불어 지금 청년들의 의미있는 활동과 바로 본 컨퍼런스를 개최한 청년 일자리 허브의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이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이 한 곳에 모여 경험을 나누고 이 활동들을 하고 있다. 컨퍼런스는 이에 각 청년 단체들이 서울 곳곳에서 본인들의 활동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나누는 자리로 채워졌고 국내뿐 아니라 홍콩의 사회혁신 단체인 MaD, 한일청년포럼 기획단, 독일의 해적당 등 많은 청년들이 참가했다. 이는 비단 청년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경험을 나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실험과 성공 및 실패 사례가 공유 자원이 된다는 것이고 이러한 공유 자원을 더욱 늘리기 위한 청년들의 활동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컨퍼런스는 추상적인 가치로만 환산하고 그저 좋은 경험이었다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주의적 동형화와 이형화가 발생하는 그 차이점들을 간파해 한국 사회에 도입할 수 있는 실험의 장을 열어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눈여겨 본 세션은 홍콩의 사회혁신 단체인 Mad와 '마포는 대학'의 활동이었다. Mad는 교육, 저소득층 지원 프로젝트, 음식 나눔, 주거, 친환경적 삶, 문화예술, 총 6개의 분야에서 청년들이 사회혁신을 시도하는 단체이다. 홍콩의 정치적 상황이 비민주적이기에 이러한 지역에서의 활동은 더욱 더 의미있고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효과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중국의 개혁 ․ 개방 이후 많은 공장들이 싼 지대와 저임금 노동자를 찾아 중국으로 떠났고 황폐화된 제조업 공장들을 이용해 Open Space로 예술 공간을 만든 시도들은 의미가 깊다. 단순히 자원 봉사로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공간을 구축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소유권 역시 정부에게 있지만 지속적인 협상으로 좋은 거버넌스를 구축하길 바란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지역에서 청년들이 다른 세대를 만나는 '마포는 대학'의 활동은 청년운동, 혹은 청년 중심의 사회혁신의 한계라고 일컬어지는 세대 간 네트워킹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마포구 성산동 SH 아파트에서 사는 독거 노인 혹은 1인 가구들을 위해 하는 다양한 활동들은, 자칫 보면 그저 복지관에서 하는 활동일 수 있겠지만 청년들이 다가가는 방식, 지속적인 활동과 지역의 주민들을 연결해주는 다양한 시도들은 바로 그 자체가 혁신인 것이다. 이처럼 사회혁신은 비단 새로운 아이디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관점과 태도, 그리고 방법 역시 이전의 운동 방식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여전히 실험 단계이고 마포는 대학을 소개한 도리의 목소리와 얼굴에서 절절함과 막막함이 동시에 느껴지긴 했지만 청년들의 큰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본 컨퍼런스는 다양한 청년들의 사회혁신 시도와 앞으로의 시대를 정치적, 경제적, 생태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지만 단 이틀 동안 진행된 탓에 동시에 세션들이 진행되었고 서울 곳곳에서 진행하다 보니 이동 시간과 장소로 인해 많은 세션에 참가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와 '혁신'을 키워드로 한 컨퍼런스는 공간의 디자인, 식사 제공, 참가 선물 등 키워드에 맞게 일관성있는 기획으로 참가자들에게 만족을 주었고 참여한 그 시간만큼은 새로운 생각들이 피어오를 수 있었다.
많은 청년들이 시도하고 있는 실험들 그리고 그 깊은 청년들의 울림들이 그저 흩어진 목소리가 아니라 하나로 뭉쳐지고 제도로 안정되고 그렇다고 해서 도태되고 낙후되는 것이 아니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의 경우 이러한 풀뿌리들의 좋은 사례들이 확산되고 다시 조정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이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정치적, 행정적인 제도를 연구하는 것이 바로 연구자의 몫이며 이는 책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 가장 밀접해야 할 주제이다. 청년들 혹은 시민들에게는 그저 나눔이 아닌 것처럼, 정부에게는 이것이 그저 일회성이 그치는 봉사활동이 아니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해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거버넌스 및 세대 간 거버넌스 구축에 더욱 힘써야 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 역시 많은 참가자들에게 숙제로 남겨져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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