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영국 국빈 만찬 관련 보도 내용
민주언론시민연합
기사 내용은 더 심각하다. 기자는 리포트에 '성대한, 화려한, 최고의, 각별한, 꼼꼼히' 등 온갖 형용사와 부사를 동원했다. 또 '여왕이 직접 방을 안내한 점, 만찬을 직접 챙긴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등 '호들갑 보도'를 이어갔다. 특히 KBS는 "오케스트라 연주 속에 칠면조와 바다송어" 등 만찬장의 메뉴까지도 '깨알같이' 소개했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국 방문과 차이를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영국에 국빈 초대를 받은 첫 번째 한국대통령이었다. 당시 KBS는 "화려함과 격식을 중시하는 영국 왕실 전통의 의전에 따라서 최고의 환대를 받았다", "버킹엄궁에서도 대통령 숙소를 직접 안내하기도 한 여왕이 만찬장을 미리 둘러보며 점검하는 것 역시 관례대로였다"는 등 영국의 환대를 소개하면서도 '관례에 따른 의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평정심을 유지해 차이를 보였다.
박 대통령에 대한 상대국의 '환대'를 강조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보도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4일 MBC는 박 대통령이 프랑스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한류 팬 열렬한 환영>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박 대통령이 프랑스 한류 팬들과 만났다는 내용인데, 정작 이어진 기사에서는 한류팬들이 '박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환대'에 대한 강박증이 만들어낸 기사 제목이었다.
앞서 박 대통령의 미국, 중국 방문 시에도 어김없이 '극진한 환대'는 강조됐다. KBS는 5월 8일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및 정상회담을 다룬 <이례적 2시간 회담>(김경진 기자)에서 "한미 정상간 회담은 보통 정상회담의 두 배인 두 시간 동안 계속됐다", "박 대통령 쪽으로 몸을 기울여 경청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자세가 시선을 끈다", "회담은 당초 계획에 없던 백악관 로즈가든 산책으로 이어졌다"면서 '특별한 대우'를 부각했다.
중국을 방문한 6월 27일에는 <환대·예우… 관계 격상>(국현호 기자)에서 "중국 정부의 환대는 도착 직후부터 역력했다", "관례와 달리 외교부 부부장 가운데 가장 서열이 높은 인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MBC도 <극진한 국빈대우>(정준희 기자)에서 "국빈 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의전의 격을 높였다", "의전용 방탄차"등을 언급하며 주목했다.
MBC "띄울 수 있는 건 다 띄우겠다"MBC는 다른 방송사와 달리 '순방 에피소드'를 따로 빼 2건을 보도했다. 5일 MBC <39년 만에 감격의 재회>는 "박 대통령은 오늘 프랑스를 떠나기 직전 유학 시절에 자신을 살뜰히 챙겨줬던 당시 도지사의 부인과 만났다", "39년을 뛰어넘는 감격의 재회 순간. 박 대통령이 창가를 서성이며 긴장된 표정으로 손님을 기다린다"며 마치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듯 보도했다.
이어 8일 MBC <박 대통령 "극적인 입장">은 박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다가 넘어진 사실을 보도하며, 넘어진 후 "박 대통령은 재치있는 유머로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키며 분위기를 바꿨다", "미소를 잃지 않고 일어"나 '드라마틱 엔트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극적인 입장이라는 한 마디에 분위기는 전환됐고 행사는 탈없이 이어졌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