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갖가지 트로피들.그는 항상 '도전 중'이다.
김재용
올해는 검도를 다시 시작한 지 10년이 된 해다. 그는 노력파다. 10년 동안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도전을 했다. 처음에 출전했을 때를 생각하면 피식 웃음부터 나온다고 한다.
"처음에는 출전했을 때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긴장으로 덜덜 떨다가 온 기억 밖에는 없어요(웃음). "
2002년도에 3위를 했는데 너무 좋았다. 그 다음에는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상하게 계속 예선에서 탈락했다. 한번은 1년 내내 이를 갈며 열심히 준비해서 나갔는데 아예 예선에서 탈락한 적도 있었다. 그때는 진짜 검도를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억울했다.
그러다가 3년 전에 준우승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승에서 졌다. 그런데 그때 뭔가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준우승을 하면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것일까?.
"그때 마음이 편해지면서 이제는 운동을 즐기면서 해야겠다는 깨달음이 들었어요. 전에는 승부에만 집착해서 했던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좀 건방진 얘길 수는 있지만, 준우승에 그쳤지만 내용은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결과적으로 내가 이긴 경기라라는 사뭇 건방진 생각을 할 만큼 뭔가 시야가 좀 트였던 것 같아요."그 다음부턴 그냥 즐기면서 했다. 즐긴다는 생각에 너무 방심한 것일까?
"올해는 유난히 우승을 하고 싶었지만 사실 컨디션은 너무 안 좋았어요. 그래서 그냥 입상에 대한 기대는 접고 관장님에게는 참여만 하겠다고만 했어요." 마침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다. 대회 당일에는 비도 엄청 많이 보고 아침부터 이상하게 정신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있을 수도 없는 일을 저질르고 말았다. 자신의 도복을 가져가지 않은 것이다.
"군인이 전쟁터에 총을 두고 간 셈이었죠(웃음). 정말 초급자도 안하는 짓을 그날 한 거죠. 누구한테 빌릴 수도 없어서 대회장에서 하나 구매해서 입고 대회를 치렀어요."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했다. 오늘은 안되겠다. 그냥 즐기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에 평소에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했는데 결승에 가 있었다. 축하를 받으며 내려오다 구석진 장소에서 한 10분 정도 앉아 있었다. 울고 웃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래도 여기서 우승을 했구나.
"사실 여기서 우승하면 이제 대회는 지겹다고, 끝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막상 우승을 하고 보니까 또 다른 도전의 의욕이 생겼더군요. 뭐 하나 또 넘고 나니까 도전할 생각이 또 들었어요."검도인대회는 아직은 남성의 비율이 높지만 예전에 비해 여성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대회도 여성 참가자가 작년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한다. 참가자들 중에 장년층이 가장 많다. 국내 검도대회에서 여성부 경기가 만들어진 지는 15년.
"아무래도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다 보니까 고단보다는 초단이 많아요. 제가 20대 초반에 우러러 봤던 사람이 지금은 고단인 7단에 분포되어 있어요. 지금 검도를 시작하는 여성이 많아지니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이런 식으로 고단자층이 넓어질 것 같아요."그의 도장에도 여성 회원이 많다.
"아무래도 여자 사범이 있으니까 그런 면도 있을 거에요. 여자들이 도장의 문을 열고 들어오기가 아직 까지는 쉽지 않거든요. 그러나 검도를 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해요."여성 검도인의 직업은 정말 다양하다고 한다. 주부부터 시작해서, 교사, 상담사, 간호사, 병원 레지던트, 대학생 등. 이렇게 다양한 직업의 여성들이 검도에 관심있었다는 사실에 그도 도장을 하면서 놀랐다고 한다.
검도의 매력이 뭔지 물어봤다.
"검도의 매력이요? 음. 너무 많지요(웃음). 은근히 대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아닐까 해요. 그야말로 남녀노소 힘에 차이 없이 대등하게 칼을 맞대고 할 수 있는 스포츠는 많지 않잖아요. 그게 검도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그런 점에서 희열을 많이 느껴요." 검도는 고도의 정신 집중을 요하는 운동이다.
"단기간에 되는 건 아닌데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집중력이 늘어났다는 것을 느껴요. 칼을 맞대고 상대를 대하면서 잠깐 눈 깜작할 사이에 승부가 결정나는 것이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거죠. 상대가 언제 어떻게 어디로 공격해 올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해요."모든 정신이 상대 움직임의 결을 따라가야 하기에 집중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예부터 검도는 운동 이전에 마음을 수양하는 도구로 삼기도 했다.
"여성 검도 세계 제왕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