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는 눈>┃지은이 손철주┃펴낸곳 (주)현암사┃2013.10.30┃1만 5000원
(주)현암사
언중유골, 말 속에 뼈가 있다고 했습니다. 말귀가 밝은 사람은 말 속에 들어 있는 속뜻이 잔가시처럼 미미할지라도 금방 알아차릴 겁니다. 하지만 말귀가 어두운 사람은 말 속에 정강이 뼈 만큼이나 굵은 속뜻이 들어 있어도 제대로 새기지 못할 것입니다.
말에만 속뜻이 있는 건 아닐 겁니다. 글에도 감춰진 뜻이 있고, 그림에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분명 어떤 의미가 들어 있을 겁니다. 말에 감춰진 속뜻을 제대로 읽는다면 개떡 같은 말도 찰떡같이 새길 수 있고, 찰떡 같은 말이 사실은 개떡 같은 뜻이라는 걸 알 수가 있을 겁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자처럼 숨겨 놓은 의미, 허투루 한 붓질처럼 그려놓은 이유까지를 새길 수 있다면 그림을 보는 재미는 훨씬 더하고, 그림에서 찾는 의미는 한층 더 심오할 것입니다.
그림자처럼 담긴 뜻 살핀 <사람 보는 눈><사람 보는 눈>(지은이 손철주, 펴낸곳 (주)현암사)은 오랫동안 신문사에서 일하며 미술에 대한 글을 써온 미술평론가인 저자가 언중유골처럼 그림에 감춰진 의미와 뜻을 풀어낸 내용입니다. 모르고 보면 그냥 무심코 넘길 수 있는 붓놀림에 감춰진 의미를 훤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창밖 풍경을 훑어보듯이 흘려 읽을 수 있는 배경 하나에 담긴 의미조차 심오한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을 설명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85장의 그림 대부분에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임경업, 정몽주, 박문수, 이성계, 최치원 등의 초상화와 김홍도의 '낮잠'이나 '벼타작', 신윤복의 '단오풍경'이나 '국화밭'에서와 같은 그림들이 대표적인 그림들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반드시 사람이 등장하는 인물화만을 풀어낸 것은 아닙니다. 추사가 쓴 서예는 물론 산천경치를 그린 산수화 등에 담겨있는 속뜻도 술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