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각적굴절검사를 둘러싼 안경사와 안과의 간 신경전이 날로 커지고 있다
대한안경사협회
대한시과학회지가 2010년 발행한 '국내 안경사의 타각적굴절검사 필요성에 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154명의 안경사 중 96.8%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자동굴절검사 외에도 보다 정확한 안경처방을 위해선 타각적굴절검사가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46.1%가 자동굴절검사기와 타각적굴절검사기를 병행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경사의 타각적굴절검사(자동굴절검사기를 사용한 타각적굴절검사는 예외)를 인정치 않는 현행 법령 하에선 모두 불법이다.
불법을 감수하면서도 타각적굴절검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선, '일반적인 검사방법으로 굴절검사가 되지 않을 때'가 35.7%로 가장 많았고, '안경처방에 필요한 추가검사를 위해서'가 33.9%, '굴절검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26.8%로 각각 그 뒤를 이었다. 타각적굴절검사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53.9%의 응답자 중 30.9%가 '검사가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타각적굴절검사가 법적으로 허용될 경우 타각적굴검사기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선, 미사용자의 91.6%가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또 안경처방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검사기를 묻는 질문에서는 검영기, 세극등 현미경, 각막곡률측정기 순으로 조사됐다. 검영기, 세극등 현미경, 각막곡률측정기는 타각적굴절검사에 꼭 필요한 기기라는 게 안경사들이 얘기다.
이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대다수 안경사들은 "검안사(각 나라마다 호칭은 다르지만, 국내 안경사와 유사한 개념)가 타각적굴절검사와 함께 안과질환의 치료를 위한 간단한 약물처방도 할 수 있는 미국처럼, 정부도 타각적굴절검사에 대한 법적 빗장을 풀 때가 됐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타각적굴절검사' 이미 보편화됐지만...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을 포함해 캐나다에서는 전문 교육을 받은 검안사들이 직접 굴절이상 처방을 위해 타각적굴절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안과질환 예방을 위한 진단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간단한 약물처방까지 가능하도록 제도화시켰다. 특히 이들 국가에선 검안사를 전문의료인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대한안경사협회의 주장이다.
6개주와 2개 자치구의 호주나 16개주의 뉴질랜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타각적굴절검사를 기본으로 한 눈 검사를 위한 약물을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일부 주에선 약물처방을 통한 안과질환 치료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다. 뉴질랜드를 연방국가로 둔 영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럼 홍콩,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의 검안사들은 어떨까. 우리와는 천량지차나 다름없다. 타각적굴절검사의 상대 개념인 자각적굴절검사나 자동굴절검사기를 통한 시력검사, 그리고 콘택트렌즈 판매만이 허용된 국내 현실에 비해 타각적굴절검사는 물론, 약물을 사용한 눈의 질환 진단, 굴절이상 진단 및 교정, 콘택트렌즈 처방까지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안경사에 해당하는, 검안사를 통한 국민의 눈 건강관리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상황이지만, 눈 보건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이라는 게 안경사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와 관련, 안경협회의 한 관계자는 "검안사의 타각적굴절검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았는데, 왜 우리 정부만 빗장을 굳게 닫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최근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우리처럼 관련 근거법이 없는 일본마저도 타각적굴절검사를 인정하는 등 민간자격제도를 통해 안경기술자의 권리와 의무를 강화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타각적굴절검사가 뭐길래굴절이상(근시·난시·원시 등) 유무를 판단하는 굴절검사는 쉽게 말해 눈의 도수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검사를 거쳐야만 눈의 정확한 도수를 알 수 있고, 또 거기에 맞는 안경을 착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굴절검사는 다시 자동굴절검사기와 수동굴절검사기(검영기)로 각각 검사하는 타각적굴절검사와, 안경사의 질문과 고객의 답변에 의해 굴절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자각적굴절검사로 나눠진다. 일반적으로 한쪽 눈을 가린 채 벽에 부착된 숫자나 그림을 보고서 말하거나 검사용 안경(프롭터) 등을 통해 이상유무를 판단하는 시력검사는 넓은 의미에서 자각적굴절검사로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안경사와 고객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다는 이유, 즉 눈이 느끼는 도수를 확인하는 것이지, 눈의 도수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각적굴절검사와 시력검사는 지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불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자각검사와 타각검사에 따른 각각의 장단점을 서로 보완해주는 방향으로 안경업계가 변모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굴절검사기를 사용하는 안경점이 부쩍 는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 심지어 안과전문병원에서조차도 자동굴절검사기의 의존도가 높다고 하니, 자동굴절검사기가 업계에 몰고 온 파장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에 비해, 자동굴절검사기의 전신이나 다름없는 검영기는 사용하는 데 있어서 다소 제약이 따른다. 우선 일정한 조명과 거리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독립된 시력검사실을 갖춰야 한다. 또 검사자세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눈의 피로도도 빠르기 때문에, 일부 안과전문병원에서만 이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경사들 '검영기 사용' 왜 원하나 그럼 왜, 안경사들이 편리하고 빠른 자동굴절검사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환경 등 다소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되는 검영기의 사용을 요구하는 걸까. 이유는 하나다. 보다 정확한 도수를 측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기계근시, 즉 원시와 난시교정에 비해 근시교정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자동굴절검사기의 단점까지 극복할 수 있다고 안경사들은 말한다.
이와 관련, 서울 구로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자동굴절검사기가 원시나 난시보다 근시교정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검영기를 사용할 경우 이를 보완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굴절검사기와의 병행검사를 통해 눈의 도수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검영기를 사용할 경우 백내장 등을 포함해 눈과 관련된 질환까지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 이를 통한 안과진료 권유 등 고객들의 눈 보건에도 도움을 줄 있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대학 4년 동안 검영기, 각막곡률측정기, 세극등 현미경 등과 관련된 이론과 실습을 모두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장비들을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