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한 새누리당, 앉아있는 민주당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1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자 여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서 환송하는 한편 야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 지켜보거나 외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야 극한 대립으로 저물어가는 박근혜 정부 첫해그러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그럴 것을 사전에 몰랐을까? 그랬을 리 없다. 여당이 노리는 것은 양비론일 가능성이 높다. 여당은 어떤 불리한 정치적 이슈라도 양비론을 조성하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을 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는 야당을 상대로 양비론을 형성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청와대와 여당은 앞으로 야당을 국정의 발목을 잡는 세력으로 몰아갈 것이고 내년도에 만약 경제와 민생이 어려워질 경우에는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을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이 뻔하다. 결국 여론의 압력으로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자세히 보면 그런 속내가 읽힌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의 국회 시정연설은 모두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원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번갈아 사용했다. 이번 박 대통령의 경우에는 연설문에 모두 7차례 이런 대목이 나오는데 매번 '국민 여러분'과 '의원 여러분'을 묶어서 함께 사용했으며 한 번도 어김없이 '국민 여러분'을 앞세웠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고 또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행하는 연설인 만큼 '국회의원 여러분'을 앞세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회의원을 통해 국민과 소통한다는 뜻에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매번 '국민 여러분'을 앞세운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국정수행에 관한 60% 대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을 향해 무언의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박 대통령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국민의 선거로 당선되는 대통령은 취임 첫해가 제일 중요하다는 점이다. 취임 첫해에 중요한 국정과제를 제시해서 정치권과 국민의 동의를 얻음으로써 국정과제의 추진에 국민 역량을 결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취임 첫해를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 나머지 임기 4년의 성패를 가늠한다고 본다.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취임 초 내각 구성에서 '강부자', '고소영' 인사라는 평가를 받은 데 이어서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촛불 사태를 맞아 1년 내내 상황을 만들어가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에 끌려가기 바쁜 처지였다. 박 대통령의 경우는 어떤가? 취임 초 인사가 참사라는 혹평과 함께 윤창중 사건으로 멍이 든 데다가 국정원 댓글 사건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사건 등으로 인해 여야 간 극한 대결로 취임 첫해가 다 저물어가고 있는 상황 아닌가?
이렇게 보면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4년도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박 대통령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다 대가가 있는 법이니까.
정치 복원 없이는 경제도 민생도 살릴 길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