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알바노조 조합원의 모습.
김민
알바노조로부터 주휴수당과 야간수당 등에 대해 난생 처음 들었고 차근차근 따져보니 자신이 받은 임금이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알바노조 조합원으로 가입, 알바노조와 함께 사장님에게 단체교섭을 시도했다.
이에 대한 사장님의 반응은 노조는 제3자이니 빠지라는 것이었다. 괜히 시끄럽게 트러블이 생긴 원인은 노동조합에 있고 사장과 노동자가 단둘이 인간적으로 만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장님은 법적으로 잘못한 것이 없고,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조합원들이 말하는 방식이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사장은 B씨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장님이 이 메시지를 알바노조 조합원에게 보낸 건 알바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한 이후로, 조합원과 노조를 분리시키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회사가 노동조합을 대하는 태도는 삼성의 이건희이든 조그마한 가게 사장님이든 비슷하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를 만든 노동자들에게 삼성은 탈퇴 협박과 함께 노조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일을 하면 10만 원의 특별 보너스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순간에 우리는 두 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노동조합을 탈퇴해서, 정말로 소주와 삼겹살을 얻어먹고 좋게 좋게 끝내든지, 아니면 노동조합을 끝까지 믿고 가든지. 전자의 경우는 대부분의 알바노동자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지금 싸워봤자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 같고, 싸우는 방법도 모르고, 심지어 나를 보호해준다는 근로기준법에 대해서 배운 적도 없다. 그리고 딴 일 알아보면 그만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옛 조상들의 지혜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조용하고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던 성격의 B씨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 그는 알바노조를 선택했고, 무서운 사장님에게 반격을 시작했다.
고기가 아니라 알바를 굽는 고깃집
B씨가 일한 곳은 저가의 고기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전문점이다. 싸고 먹을 만하니, 돈 없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서 수많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역시 싸구려 삼겹살 취급을 받아야 했다.
B씨는 2013년 4월 말부터 5월 둘째 주까지 약 3주간 3일씩 일했다. 주3일이라고 해도 일이 만만치 않았다. 오후 6시부터 오전 5시까지 11시간을 밤새 술손님을 받으며 일해야 했다. 고기 불판을 가는 과정에서 화상의 위험도 많았다. 어느 날 딱 한 번 지각한 순간, 사장은 B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통상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해야 하고 사업주가 이를 위반할 경우 1개월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지만 사장도 알바노동자도 이를 알지 못했다.
이외에도 알바노조에서 따져보니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일단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노동자를 고용한 고용주는 알바든 정규직이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노동자들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할 의무가 있다. 만약 고용주가 이를 어기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노동자는 일을 하기 전,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어디서 무슨 일을 얼마의 돈을 받고 일을 할지 고용주와 계약을 하고 이를 근로계약서에 적시할 권리가 있다. 노동자와 노예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만약 근로계약서도, 출퇴근을 했다는 기록도, 통장에 월급을 받았다는 기록도 없다면, 나중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일을 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알바노조로 들어온 상담 중에는 모텔에서 일을 하다가 쫓겨났는데, 사장이 월급을 안 주면서 일을 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오라고 한 사례도 있다. 함께 일한 동료들의 증언이 있으면 되지만, 이주노동자라서 불이익을 받을까 침묵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통장에 월급 기록이 있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일을 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야근수당과 주휴수당, 4대 보험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 야근수당과 4대 보험은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지급해야 한다. 야근수당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일을 하면 1.5배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만 일을 하면 모든 노동자가 하루치 평균 임금을 받을 수 있다. B씨의 경우 3주간 3일씩 총 9일을 일하다 해고됐는데, 임금으로 51만9000원을 받았다. 만약 주휴수당과 야근수당을 합친다면 75만1500원을 받아야 했다. 총 23만2500원의 임금을 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