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농사는 풀과 해충과의 긴 싸움을 해야 하는 농사다. 통풍이 안되는 검은비닐 대신 통풍이 되는 부직포를 덮은 콩밭
오창균
농사의 작부체계 무시했더니...그런데 올해는 콩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콩 농사의 고수가 웬일일까? 올해는 태풍도 없고 날씨가 좋아 모든 농사가 풍년이라고 푸념을 하는 때에 말이다. 이유를 물으니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다. 농사에는 작부체계라고 하는 재배방식이 있다. 씨앗을 언제 뿌려서 열매를 수확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해줘야 하는 할 일들에 대한 계획표 같은 것이다.
그런데 몇 년간 수수농사에 재미를 느낀 나머지 욕심인지 실수인지 콩밭에 수수를 심었단다. 수수는 아주 잘 여물고 작황이 좋았지만, 키가 큰 수수가 햇볕을 막아버려 콩들이 제대로 여물지 못한 것이다. 상심한 마음에 그나마 남아있던 콩마저도 제때 거두지 않았더니 들짐승과 날짐승들에게 '보시'까지 해줘서 거둘 것이 없다며 허탈해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콩의 뿌리에는 공기 중의 질소를 모아서 저장을 할 수 있는 창고 같은 혹이 달린 박테리아가 있다. 질소는 모든 작물이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양분으로 콩은 스스로 질소를 수집하는 능력으로 크기도 하며, 척박한 땅을 거름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콩농사에는 일부러 거름을 안 주기도 하며 거름진 땅은 피하는 것이 콩농사다. 그래도 너무 척박한 땅이라면 거름을 조금 넣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