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태풍 하이옌의 피해를 입은 필리핀의 모습
EPA/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7일 필리핀 태풍 '하이옌' 피해와 관련해 태풍 피해 발생 당일 2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원금 규모에 대한 논란이 일자 12일 5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밝혔다. 잇달아 피겨선수 김연아는 1억 원을, 방송인 김제동은 1200만 원을 기부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한편, 국회에서는 결혼이주여성 출신인 이자스민 의원이 '필리핀 공화국 태풍 피해 희생자 추모 및 복구 지원 촉구 결의안'을 제출해 통과시키기도 했다. 결의안 통과와 함께 국회는 의원들의 11월 수당에서 10만 원씩 갹출해 태풍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 위문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이런 정부와 국회의 조치는 인도적인 측면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면이 있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필리핀 현지 태풍 피해를 이야기하는데, 왜 국내 체류 이주노동자를 이야기를 하느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우리가 해외 체류 중에 조국에 혹은 우리 국민에게 어떤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비록 자기 고향은 아니더라도 발을 동동 구르며 도울 방법을 찾지 못해 애가 탄다. 이런 감정은 애국심이나 이타심이 뛰어난 사람만이 갖는 유별난 심정이 아니다. 일반 시민 역시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런 면에서 놓고 보면, 국내 체류 이주노동자들 역시 자신들의 조국이 처한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있을 것임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의하면 국내 체류 필리핀인은 총 4만6928명(올해 9월 말 기준)으로 그중 3만3708명이 합법 체류를, 1만3220명이 미등록체류를 하고 있고, 9892명이 국민의 배우자(결혼이주민)다. 이번 태풍 피해와 관련해 정부가 국내 체류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민에 대한 출입국 심사 편의 제공 등을 할 필요가 있고, 특별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면조치를 인도적 차원에서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인도적 사면조치, 왜 필요할까 초대형 태풍이 필리핀을 강타한 지 열흘째였던 18일 기준으로 보면 사망·실종자 수가 5500명을 넘어섰고, 시신 수색작업이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사망자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게다가 부상자 수 역시 1만817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54만3000여 채의 가옥이 완파 또는 부분 파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필리핀 국가재해위기관리위원회는 이번 태풍으로 가옥과 인프라·농업·제조업 등에서 모두 2억3600만 달러, 우리 돈 25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이런 피해를 하루라도 빨리 복구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관심을 두고 긴급구호활동을 하는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적인 법 논리 이전에 인도적 지원이 우선하는 게 국제사회의 관례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사회의 긴급구호활동에 동참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표명해왔고, 실제로 구체적으로 실천적 의지를 보여 왔다. 예를 들면, 과거 서남아시아 지진 해일(쓰나미)이 발생했을 때나, 파키스탄 지진, 인도네시아 지진, 일본 쓰나미 등이 발생했을 때 인도적 지원을 실천한 바 있다.
서남아시아 쓰나미 당시 나왔던 정부 대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