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학교 입시부정 학부모들과 브로커 유죄 확정

대법 "국민들에게 심한 실망감과 위화감 줘 죄질 매우 무거워"

등록 2013.11.18 18:13수정 2013.11.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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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의뢰해 여권을 위조해 외국국적을 허위로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유층 학부모들에게 대법원이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또한 이들에게 돈을 받고 가짜 외국여권을 만들어 주는 등 외국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준 해외이주업체 대표 등 브로커에게는 실형이 확정됐다.

외국인학교는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자녀와 외국에서 일정기간 거주하고 귀국한 내국인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로 현재 총 51개교가 운영 중에 있다. 설립 목적은 유능한 외국인들이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것을 도와 그 자녀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에 의해 부모 중 1인이 외국인이거나, 입학하려는 자녀가 외국에서 거주한 기간이 총 3년 이상이어야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외국인학교에서는 입학자격을 심사하기 위해 학부모의 국적이 표기돼 있는 '여권' 사본 또는 자녀의 '출입국에 관한 사실증명'을 제출받아 부모 중 1인이 외국인인지, 자녀가 외국에서 거주한 기간이 총 3년 이상인지 확인하고 있다.

기소된 학부모들은 바로 이런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2009∼2012년 해외이주업체 대표인 J씨 등에게 수천만원을 주고 도미니카공화국·온두라스·과테말라 등 외국국적을 허위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J씨는 현지 여권위조책과 범행을 저지르며 알선수수료를 챙겼다.

1심인 인천지법 형사5단독 이진관 판사는 지난 2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들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또한 사문서위조, 위조사무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J씨에게는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수천만원을 지불해서라도 단기간에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려한 학부모들과 이런 다급한 사정을 이용해 이익을 취득하려한 여권 위조 알선브로커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이런 범행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학부모들에게 잠재된 금전만능주의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범행이 발생해 사회에 마치 금전만능주의가 만연한 듯한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게 돼 통합돼야 할 사회계층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했음을 부인할 수 없고, 또한 외국인학교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수천만원을 쉽게 지출할 수 있는 일부 부유계층에게만 제공됨으로써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이라는 헌법의 이념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외국인학교 입학사정업무를 방해했다거나, 입학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여권 등을 위조했다거나 위조된 여권 등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범행에 해당하는 점 이외에도 우리 사회와 국가에 미친 해악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을 엄히 처벌함에 마땅하고, 특히 학부모들의 다급한 사정을 이용해 이익을 취한 여권 위조 알선브로커는 더욱 그렇다"고 판시했다.

다만 "자녀에게 좀 더 나은 교육기회를 제공해 주려는 부모의 공통된 본성에서 기인한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이런 이유로 학부모인 피고인들의 판단력이 흐려져 범행에 이르게 된 점, 학부모들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늦게나마 자신들의 행동이 경솔했음을 인정하며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학부모들과 브로커는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하고, 검사는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며 각각 항소했으나, 항소심인 인천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강재철 부장판사)는 지난 7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런 범죄행위는 단순히 외국인학교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균등한 교육기회의 제공을 통해 정의롭게 사회가 운영되기를 바라는 대다수 일반 국민들에게 심한 실망감과 위화감을 주는 행위로서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3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160시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아울러 외국 현지 여권위조책과 학부모를 연결시켜 준 해외이주업체 대표 J(56)씨에게는 징역 1년2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비춰볼 때 공소사실이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거기에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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