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내에 있는 전각이라고 해봐야 극락보전과 육화전, 영월루, 약사전, 삼성각, 요사가 전부다.
김종길
잠시 옷깃을 여미고 서걱서걱 밟히는 낙엽소리에 이끌려 고색이 물씬 풍기는 돌층계를 올라서면 정원처럼 잘 가꾼 정갈한 천은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경내에 있는 전각이라고 해봐야 극락보전과 육화전, 영월루, 약사전, 삼성각, 요사가 전부다. 동은 스님과 진돗개 보리의 느긋함과 한가로움을 따르다 잠시 영월루에 올라 다리를 쉰다.
절집은 어디 하나 허투루 쓰인 곳도 없을 뿐더러 어디 하나 어지러운 곳도 없다. 육화전 방문마다 내린 발조차도 정연하기 이를 데 없다. 약사전은 또한 어떠한가. 소나무 아래에 학이 노닐고 푸른 대나무와 매화가 만발한 꽃창살은 차라리 한 폭의 그림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