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아침 기온이 영하 5도. 금년 들어 첫 얼음이 얼었다.
최오균
11시에 올리기로 한 결혼식은 노스님이 좀 늦게 도착하시는 바람에 11시 11분에 시작되었다. 11월 11일 11시 11분! 도대체 작대기가 몇 개나 되지? 그래서인지 그날 결혼식에 참석 했던 하객들은 우리들의 결혼식 날짜를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렇게 시작은 우리들의 결혼생활이 벌써 40년이 지나다니… 도대체 믿기지가 않는다. 마음은 그때 그대로인데 모습은 어느 듯 초로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흰머리가 귓밥을 덮고, 얼굴엔 잔주름이 늘어만 간다. 아무리 시공을 초월하여 살아가려고 하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나 보다.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보니 문득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생각난다. "우물쭈물 살다가 내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 정말 어떻게 그 많은 세월을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이 늙어가는 것은 자연의 현상이다.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오직 현재의 순간을 숨 쉬며 살아갈 뿐이다. 현실의 삶에 충실하면 그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어제까지 월동준비를 끝낸 우리는 여행 가방을 챙겼다. 지난주까지 김장을 해서 땅에 묻어 놓았다. 이제 쌀만 있으면 겨울은 날 수 있다. 아직 덜 뽑은 배추와 상추에는 부직포를 덮어 두었다.
콩은 꺾어서 테라스에 세워두었다. 거실에 카펫을 깔고 화분도 모두 거실로 옮겨놓았다. 거실에 화분을 옮겨 놓고 보니 갑자기 식구가 엄청 늘어난 것 같다. 저 식물들도 생명이 있기는 인간과 똑같다. 얼어 죽지 않게 돌보아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텃밭에 자라준 야채와 곡식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꽃을 피워 우리에게 기쁨을 준 화초들에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