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 전 대통령, 회의록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 지시"이진한 차장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희훈
먼저, 첫 번째 문제, 회의록 실종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검찰의 수사결과에는 세 가지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나오는데, ①회의록 '초안', ②회의록 '수정·최종본', ③국정원 '전달본'이 그것이다. 검찰은 이중에서 ①회의록 '초안'만이 회의록 '원본'이고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할 뿐, ②회의록 '수정·최종본', ③국정원 '전달본'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내용이 같더라도 생산·보관의 주체, 대통령의 결재 여부에 따라 법률적 성격이 다른 별개의 문건"이라며, ①삭제된 초본은 청와대에서 생산했고, 대통령 결재를 받은 만큼 대통령기록물인 반면, ②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수정·최종본은 "이지원 시스템상에서 대통령의 결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③국정원 '전달본'은 청와대 밖인 국정원에서 관리했으므로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회의록 초안을 수정·삭제한 것은 대통령기록물인 회의록 원본을 무단으로 삭제·폐기한 것으로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고,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를 실행한 백종천 전 실장과 조명균 전 비서관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것인 만큼 불구속 기소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어처구니없는 논리가 어디 있나? 대통령기록물의 생산 주체는 다름 아닌 대통령인 만큼 대통령이 수정·보완하라고 지시하여 수정본이 만들어졌다면 초안은 삭제되는 것이 맞고 수정·최종본이 대통령기록물인 것이 맞지, 어떻게 수정·보완되기 이전의 초안이 대통령기록물인가?
검찰은 회의록 초안 삭제와 수정본 미이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었다며 그 이유가 "보안성 때문"이라는 궁색한 설명을 내놓고, 그 핵심증거로 조명균 전 비서관의 진술을 들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회의록 자체를 삭제하거나 기록원에 이양하지 말라고 지시 받은 기억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검찰은 "초본, 수정·최종본, 국정원 전달본의 본질적인 내용은 같다"고 발표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발표는 그것과 서로 모순된다. 왜냐면 3가지 회의록의 내용이 본질적으로 같다면, 회의록과 녹음파일을 국정원에 보관시킨 노 전 대통령이 굳이 회의록 원본(초안)을 폐기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검찰이 억지 주장을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론'을 처음 제기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 부산 유세에서 회의록을 읽었던 김무성 의원, 그리고 올해 6월 무단으로 국가정보원이 보관하던 회의록을 언론에 공개했던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다.
이들이 지난 대선 기간 무단으로 유출·공개해서 선거에 이용하고, 국면전환을 위해 언론에 공개했던 국가정보원 보관 회의록이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 공공기록물이 되어야 이들의 처벌을 막을 수 있다. 때문에 검찰은 초본만이 원본이고 대통령기록물이요, 나머지는 공공기록물이라는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대선 기간에는 NLL을 북한에 넘겨준 반역자로 공격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번에는 또 다시 회의록의 불법 삭제를 지시한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자로 만든 것이다. 부관참시도 이런 부관참시가 없고,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통령기록물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초본이 아니라 수정·최종본과 국정원 전달본인 만큼 이것을 무단으로 유출·공개한 남재준 국정원장과 정문헌·김무성 의원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으로 처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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