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마당 한 쪽에 앉아서 예불을 함께 올렸습니다.
이승숙
왕복 이차선 도로를 가운데 두고 승과 속의 두 세계가 나뉘어져 있다. 길 이쪽은 온갖 욕망이 끓어올랐다가 사그라지는 속의 세계지만, 길 저 쪽은 넘쳐흐르는 탐욕들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청정의 세계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승과 속이 이토록 극명하게 나뉘다니, 새삼스레 마음을 가지런히 하며 숲이 우거진 길 저쪽을 바라보았다.
길을 건너자 '가지산 석남사'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이 우리를 맞아준다. 세속의 번뇌를 모두 버리고 오직 한 마음으로 진리에 귀의하겠다는 의미가 일주문에 담겨 있다고 한다. 일체 중생을 다 안고 가겠다는 부처님의 마음도 일주문에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합장을 하고 일주문을 들어섰다.
아름드리 소나무들 사이로 한 줄기 길이 나있다. 자연과 함께 9분만 걸으라는 팻말이 보인다. 십 분도 아니고 왜 굳이 9분이라는 말을 붙였을까. 그 정도만 걸으면 절이 나온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찾으라는 뜻이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십 분이라는 꽉 채운 숫자보다는 약간 비어있는 듯한 9분을 떠올리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했다.
"꽃이 피면 온 천지가 꽉 찹니더"
숲길을 따라 올라가노라니 속세의 미진은 저만치 물러나버린다. 바쁠 것도 급할 것도 없는 느긋한 걸음으로 절을 향해 올라간다. 길 오른편으로는 암반을 훑으며 물이 흐른다.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면 우레 소리를 내며 거칠 것 없이 물이 흘러내릴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걸까. 물이 흐르는 길은 자로 재어서 파낸 듯 바위에 반듯하게 물길이 만들어져 있다. 물빛이 시퍼런 것을 보면 깊이 또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가니 전각들이 보인다. 밖에서 봤을 때는 그리 크게 보이지 않았는데 절 마당 안으로 들어서자 대웅전을 위시해서 여러 법당들이 둘러 있다. 석남사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종립특별선원이라고 하는데 과연 특별선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