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상 시비 옆에 '친독재 안내판' 들어서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 세워

등록 2013.11.14 17:26수정 2013.11.1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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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역 광장에 있는 이은상(1903~1982)의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안내판이 세워졌다. '3·15의거 폄훼'와 '친독재' 전력이 뚜렷한 이은상이 쓴 시비를 철거하라고 했지만 한국철도공사 마산관리역이 받아들이지 않자 시민단체들이 그의 친독재 관련 내용을 적은 안내판을 세운 것이다.

25개 단체로 구성된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는 한국철도노동조합 부산경남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함께 14일 오전 마산역 광장 '가고파 시비' 옆에 "한국민주주의 요람,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를 세웠다.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14일 오전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안내판을 세웠다.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14일 오전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안내판을 세웠다.윤성효

이 수호비에는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이은상의 시 "가고파"에 빗대어 쓴 것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승만 자유당 영구집권 음모 동조 / 독재자와 그 후계자 정부통령 당선 위해 / 전국을 유세하며 부정선거 힘 보탰네 / 3·15와 4·11 머산사건은 도대체 / 불합리 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라 / 지성있는 데모요 비정신적 사태로다 / 고향 걱정 한다면서 은근슬쩍 겁주기를 / 무모한 흥분으로 과오를 범치마라 / 과오와 과오 연쇄는 필경은 이적행위 / 4월학생혁명탑문 5·16 위해 써줬을 뿐 / 쿠데타 협력 유신지지 학살자에 아첨 떨며 / 독재권력 품속으로 가고파라 가고파."

이들 단체는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으나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민주주의 역사의 정수, 3·15마산정신과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이은상의 반민주 친독재 행적을 널리 시민에게 알리고, 3·15정신을 올곧게 계승하기 위하여 뜻있는 시민들의 성금으로 이 비를 여기에 세운다"고 안내판에 새겨놓았다.

또 안내판에는 이은상의 '친독재'와 '3·15의거 폄훼 발언' 내용을 새겨놓았다. 이은상이 썼거니 인터뷰했던 1960년 2월 28일과 3월 3일 서울신문, 2002년 4월 <월간조선>, 1960년 4월 15일 <조선일보> 등의 내용이다. 이은상은 당시 3·15의거에 대해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라 발언했다.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마산역 광장에서 "역사왜곡, 유신부활 저지를 위한 3·15정신계승 실천대회"를 열었다. 집회가 열리는 동안 일부 참가자들은 중장비를 동원해 안내판을 세웠는데, 한국철도공사 마산관리역 관계자들이 나와 막으려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14일 오전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안내판을 세웠다.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14일 오전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안내판을 세웠다.윤성효

백남해 열린사회희망연대 대표는 "3개월 전부터 마산관리역에 공문을 보내 '한국민주주의 요람,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를 세우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어 세우게 되었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수호비는 이제 공공기물로, 마산역이나 코레일, 국제로타리클럽에서 이를 치우는 방법은 간단하다"며 "가고파 시비를 없애면 함께 없앨 것이며, 우리보고 어쩌라고 하지 말고 시비를 치우는 날짜를 알려주면 이 수호비도 치우겠다"고 말했다.


차경렬 한국철도공사 마산관리역장은 "마산역 광장은 코레일 부지로, 수호비는 원칙적으로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시설물이다"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안내판 철거 여부에 대해 그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마산역 광장의 '가고파 시비'는 국제로타리클럽이 3000만 원을 들여 지난 2월 6일 제막되었으며, 그 뒤 창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친독재 전력자'의 시비를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가고파 시비'는 그동안 서너 차례 누군가 페인트로 훼손되기도 했는데, 남마산로타리클럽과 경남상인연합회, 마산포럼,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등 문인․봉사단체로 구성된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보존회'는 페인트를 닦아내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지만 아직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마산 출신인 이은상은 친독재 전력 등으로 기념사업을 벌일 때마다 논란이 되었다. 옛 마산시(창원시)는 이은상의 아호(노산)을 딴 문학관을 세우려고 하다가 시민단체의 반발을 산 뒤, 명칭을 '노산문학관'이 아닌 '마산문학관'으로 해 개관했다.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14일 오전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안내판을 세우려고 하자 마산역 관계자들이 나와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14일 오전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안내판을 세우려고 하자 마산역 관계자들이 나와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윤성효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14일 오전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안내판을 세우려고 하자 마산역 관계자들이 나와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14일 오전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안내판을 세우려고 하자 마산역 관계자들이 나와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윤성효

#마산역 광장 #이은상 #가고파 시비 #3.15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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