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미소를 머급은 명부전의 지장보살과 시왕 좌상
조종안
목조 지장보살(전북 유형문화재 제208호)과 10 시왕좌상 등이 봉안된 명부전(冥府殿)에서는 기억의 노트에서 지우고 싶은 인물들이 떠올라 마음이 괴로웠다. 사람이 죽으면 생전의 죄과에 따라 심판을 내린다는 저승 대왕들을 만났기 때문. 불전에는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왼쪽에 홀수(1·3·5·7·9) 대왕을, 오른쪽에 짝수(2·4·6·8·10) 대왕을 모시고 있었다.
사람은 죽어서 명부(저승)에 갈 때 처음 7일에 진광대왕, 두 번째 7일에 초강대왕, 세 번째 7일에 송제대왕, 네 번째 7일에 오관대왕, 다섯 번째 7일에 염라대왕, 여섯 번째 7일에 변성대왕, 일곱 번째 7일에 태산대왕, 100일째 평등대왕, 1년째 도시대왕, 3년째 전륜대왕 등 10명의 왕 앞을 차례로 지나며 재판을 받는다고 한다.
그중 함정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거나 막힌 길을 보고도 지나친 자들이 시퍼런 칼날로 살점이 베어져 나가는 고통을 받는 검수지옥(오관대왕)과 불효하고, 화목을 깨뜨린 자, 거짓말을 잘하거나 이간질을 일삼는 자가 혀를 뽑히고 소가 밭을 갈듯 종일 쟁기를 끌어야 하는 발설지옥(염라대왕) 내용은 무지하고 독선적인 중생들에게 전하는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생전에 역적이나 살인 등의 강력 범죄자가 독사들에게 물어 뜯기고 휘감기어 고통당하는 독사지옥(변성대왕)과 인간 시절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아 잘 먹고 잘살던 죄인이 발가벗긴 채 침상에 묶이어 사지육신이 잘려나가는 고통을 당한다는 철상지옥(평등대왕) 설명은 거짓과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전직 대통령이 떠올라 뒷맛이 씁쓸했다.
그럼에도 지장보살은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만 던지고 있었다. 이런저런 잡념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밖에서 부르는 아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시계는 오후 1시 10분을 가리키고, 늦은 '아점'을 먹기 위해 선운사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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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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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난 저승 대왕, 전직 대통령들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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