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열린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더그 램본 공화당 의원이 "북한이 현재 탄도 미사일을 통해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 내 북한 미사일 관련 논란은 급속도로 커졌다. 사진은 지난 3월 2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미사일 부대의 화력타격 임무에 관한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있는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미국 언론은 어찌 보면 단순한 사건으로 무시해버릴 만한 이 동영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불편한 심사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는 지난 4월 중순에도 열흘 이상 미국 언론을 달궜다.
지난 4월에는 중거리 미사일로 알려진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여부에 많은 나라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작 미국 언론의 관심은 엉뚱한 데로 쏠렸다.
논란은 4월 11일 열린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더그 램본 공화당 의원이 "북한이 현재 탄도 미사일을 통해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국방정보국(DIA) 보고서 한 대목을 공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일부 미국 언론들은 이 발언을 인용하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 16일 "북한이 핵탄두를 탄도 미사일에 얹을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램본 의원이 이 보고서를 공개한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었다. 오바마 정부가 미사일방어(MD) 예산을 감축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논란은 엉뚱하게 확산돼 북한 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미국인들에게 심어주게 됐다.
미국인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의회에서 벌어진 북한 미사일 논란을 보도한 4월 11일 치 <워싱턴포스트> 기사에는 1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또한 619개의 페이스북 추천과 174개의 리트윗이 있었다. "북한이 가짜 대량파괴무기를 가지고 있을 경우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있으나, 북한이 정말 대량파괴무기를 가졌다면 그것은 위험한 것"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은 부시 전 대통령이 클린턴의 포용정책을 부정한 결과라는 댓글에 대한 지지가 그다음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망치고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키워 미국을 아마겟돈에 빠지게 했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북한 단거리 미사일에는 관대한 미국 언론북한은 지난 5월 중순에 3일 연속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비교적 일상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2013년 5월 21일). 오히려 '북한의 위협을 부각'시키기 위한 한국정부의 의도를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은 연간 몇 차례씩 사거리 160킬로미터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한국정부가 필요할 때만 이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북한이 보유한 수백 기의 단거리 미사일은 서울과 그밖에 한국의 인구밀집지역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 겨냥하는 곳이 서울이라는 이야기다.
북한이 미국의 위협에 맞서서 미사일 실험을 한다고 해도 그 사정거리가 미국 본토냐 서울이냐에 따라서 미국 언론의 보도는 현저히 달라졌다. 서울을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보도하거나 한국정부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한다.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요란스럽게 보도하는 것과는 분명 비교되는 태도다.
북한의 미사일에 미사일 자체보다는 핵폭탄을 공중에서 폭발시켜서 전자기파를 발생시켜서 교통·통신을 비롯한 인프라를 마비시킨다는 전자기파(EMP) 공격을 염려하는 보도도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5월 26일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과 피터 프라이 국가안보테스크포스 사무국장의 공동기고문을 실었다.
이들은 북한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탄두를 소형화시켜서 ICBM에 장착하는 것은 ICBM에 비해 훨씬 쉽다는 데서부터 이들의 염려가 시작된다.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서는 '단 한 개의 핵탄두를 운반하는 단 한 개의 ICBM'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 의회 전자기파위원회(EMPC)와 미 의회 전략태세위원회(SPC)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 본토 상공에서 핵무기 한 개가 폭발하면 엄청난 전자기파가 생성된다. 전자기파(EMP) 공격 한 번으로, 문명사회 및 3억 미국인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송전망과 통신·교통·금융·식품·상하수도 등 송전망에 의존하는 기타 인프라는 와해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자기파(EMP) 공격이 북한이 미국을 마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결론은 북한의 ICBM 시설에 대한 정밀공격과 MD 강화다. 북한의 전자기파 공격을 강조하는 이들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드러난다.
중국에 대한 기대, 점차 낮아지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