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무에서는 동네의 분위기와 사람살이가 엿보이기도 한다.
김종성
나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나무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사람살이가 아름다운 곳에서 나무는 그만큼 아름답게 서있고, 사람살이가 고단하고 거친 곳에서는 나무 역시 고단한 표정으로 사람을 맞이한다. 결국 '나무가 아름다운 곳은 사람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이고, 나무가 죽어가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 본문 가운데 자연과 어울려 사는 법을 잊은 사람들의 사회에서 나무가 살아남는 일은 끝없이 고달프다.때로는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나무가 살지 못할 곳에 옮겨 심는 무지한 이들 때문이다. 2012년 8월에는 4대강 사업 지역인 남한강과 낙동강 수변에 심은 나무들이 말라죽었다. 강가나 습지에 맞는 수종을 심어야 하는데 영산홍·이팝나무 등 일반 공원에 적합한 관목을 심은 게 원인이었다.
수명이 제일 길고 지구에서 산지 3억 년이 넘은 최고참 나무인 은행나무 역시 최근 수모를 겪고 있다. 암나무에서 열리는 은행 열매의 냄새가 불쾌하다는 원성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11년, 어린 은행나무의 잎을 통해 암수를 조기에 감별하는 'DNA 성감별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서울시는 세종로의 은행나무를 순차적으로 수나무로 바꿀 계획이다. 대구시도 지난 10월부터 시내 4만7천여 그루의 은행나무 가운데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꾸기로 했다. 서울 서대문구는 연세대 앞 대중교통 전용지구 공사를 하면서 아예 거리의 은행나무 60여 그루를 모두 베어냈다.
그렇다면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심는 나무는 무엇일까?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소나무일까, 아니다 바로 벚나무다. 봄철 벚나무 꽃길을 조성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벚나무로 몰리고 있는 것. 실제로 경기도, 충남·북, 전남·북, 경남·북 등 관광산업이 먹거리인 지역에서 주로 벚나무를 심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나무들의 사진을 보면 다들 사람처럼 다양한 표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오래된 노거수 나무 일수록 보는 방향에 따라 혹은 계절에 따라 표정이 전혀 달라 신기한 기분이 든다. 그런 나무들일수록 개성적이라 나무 공부가 쏠쏠하게 잘된다. 대표적인 소나무는 물론 회색빛의 근육질 수피(樹皮)를 가진 서어나무, 세로로 주름진 골이 멋들어진 굴참나무, 껍질이 회오리치듯 굽이치는 예술적인 향나무,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새겨지는 내가 좋아하는 비자나무··· 내성천과 주산지에 여행을 갔다가 물위에서 살고 있는 왕버들나무의 매력에 푹 빠졌던 친구가 떠오른다.
저자는 풍요로운 열매를 맺어 짐승이나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감나무가 되고 싶단다. 책을 읽으며 난 어떤 나무와 어울리는지 혹은 어떤 나무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것도 즐겁다.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
고규홍 글.사진,
휴머니스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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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많이 심는 나무는 소나무? 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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