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 석남사는 국내외 가장 큰 규모의 비구니 종립특별선원(宗立特別禪院)입니다.
손점수
숙소를 찾아... 우리는 불나방이 되었다 이제 하루밤 몸을 누일 숙소를 구할 일이 남았다. 우리는 마치 불나방처럼 네온불빛이 화려하게 빛나는 곳을 찾았다. 한밤중에도 불을 밝힌 곳은 그런 곳밖에 없기 때문에 환히 빛나는 곳을 찾아 도시를 헤맸다. 밤의 도시는 어디가 어딘지 또 어떤 곳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낮이라면 환하게 드러날 테지만 밤에는 마치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처럼 번쩍이는 네온불빛으로 본 얼굴을 가리기 때문이다.
길 양 옆으로 너덧 개의 숙박업소가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모두 그만그만했지만 그래도 그중 나아보이는 집을 골라야 한다. 하지만 어떤 집이 좋을지 구분하기가 어려워서 이곳이 더 좋니 아니 저 곳이 더 괜찮을 것 같다느니 의견이 분분했다.
'황토방'이란 문구를 본 이는 숙면에는 친환경적인 황토방이 좋지 않겠느냐며 그 곳을 택하자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초고속 광인터넷 완비'란 선전 문구가 있는 곳이 아무래도 더 최근에 지은 집이라서 설비가 좋을 거라며 그 집으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광속 인터넷이 완비 되어 있다는 그 모텔로 갔다. 쪽잠을 자다가 일어났는지 주인 할머니는 카운터의 창문을 밀며 우리를 맞았다. 방이 있느냐고 물으니 힐끗 우리를 일별하더니 위층을 가리키며 온돌방이 있는데 이불을 한 채 더 줄테니까 올라가라고 했다.
위층으로 올라가서 방을 보니 실소가 절로 나왔다. 광케이블이 깔려있다는 말과는 달리 방에는 인터넷은 고사하고 기본으로 있는 집기류도 오래 되어 낡아 보였다. 그래도 이 밤에 방을 구하러 돌아다니기도 그렇고 해서 잠을 자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가로 세로 약 열 자 넓이 정도나 될까. 한 방에는 텔레비전과 작은 냉장고가 있었지만 욕실에는 샤워 꼭지만 달랑 있을 뿐, 그 흔한 욕조도 하나 없었다. 게다가 뜨거운 물도 잘 나오지 않았다.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있던 우리는 어이없어 했지만 그것도 잠시, 세수만 한 채 잠을 청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잠을 자는 게 더 상수이기 때문이었다.